사회 사회일반

수십초 남기고 극적 '승리 발차기'

태권도 女 57kg급 임수정·男 68kg급 손태진 동반 금메달<br>임수정, 종료 16초전 뒤차기로 결승 포인트<br>손태진은 부상 투혼… 미국 강적 로페즈 눌러

21일 중국 베이징 과학기술대체육관에서 열린 올림픽 태권도 경기에서 각각 여자 57㎏급과 남자 68㎏급 금메달을 딴 우리나라 임수정(왼쪽)^손태진 선수가 우승 메달을 깨물어보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남녀 태권도 선수의 금빛발차기가 주춤했던 한국선수단의 금메달 갈증을 시원스레 풀어줬다. 남자 68kg급의 손태진(20ㆍ삼성 에스원)과 여자 57kg급의 임수정(22ㆍ경희대). 한국 선수들에 대한 견제 탓인지 두 선수는 모두 경고로 1점 감점을 받으며 불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펼쳤다. 태권남매는 둘 다 3라운드까지 동점인 상황에서 수십초를 남기고 결승 포인트를 따내며 짜릿한 승리를 낚았다. 첫 금맥은 신예 임수정이 뚫었다. 임수정은 1라운드에서 탐색전을 펼치다 경고 2개를 받아 1점을 감점받았다. 2라운드에 들어서자 임수정은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오른발 돌려차기가 적중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결국 3라운드 16초를 남겨놓고 주특기인 뒤차기를 극적으로 성공하며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임수정은 중ㆍ고교 시절부터 전국 무대를 휩쓴 한국 여자 태권도의 기대주였다. 부천 동곡초 2학년 시절 동네 체육관을 다니며 태권도를 배운 그는 중학생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연소(16세)로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후 국내 선발전에서 계속 탈락하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그의 이름은 잊혀져 가는 듯 했지만 2006년 세계대학선수권대회와 2007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올림픽 금메달의 발판을 다졌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태권전사 중 가장 어린 손태진은 시원한 발차기로 우리 선수단에 10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손태진은 미국 태권도 가족 ‘로페즈 가문’의 셋째 아들 마크 로페즈를 맞아 1라운드 시작 20초 만에 오른발 앞차기로 1점을 따냈다. 1라운드 종료 직전 돌려차기가 성공하며 2대0으로 여유롭게 앞서 나갔지만 2라운드에서 곧 로페즈에게 일격을 당했다. 게다가 경고까지 받으며 감점을 당해 승부는 1대1 원점. 두 선수는 3라운드에서 서로 점수를 주고 받으며 다시 2대2 동점이 됐지만 종료 직전 손태진의 전광석화 같은 오른발 앞차기가 상대 가슴에 꽂히며 승부를 갈랐다. 서울 올림픽의 해인 ‘88둥이’ 손태진은 나이가 어린데다 국제경기 경험이 많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올림픽 세계예선대회를 앞두고 대표 선수 자격 시비에 휘말리는 등 실력 외적면에서 회자됐다. 실업팀 삼성에스원에 입단한 뒤 단국대를 다니다 같은 해 3월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표선발전에 대학 소속으로 출전한 게 문제가 된 것. 결국 올 1월 대한체육회가 실업팀 소속 선수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선수 규정을 개정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손태진은 악바리 같은 근성을 지녔다. 지난 올림픽 세계 예선 16강에서는 왼쪽 팔꿈치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지만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무서운 투혼으로 결국 우승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그는 4강전을 비롯해 여러 차례 부상을 입었지만 지칠 줄 몰랐다. 몸이 허약해 태권도를 시작했다는 소년은 그렇게 세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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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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