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노사평화의 시대를 열자]<하> 선순환 구조 전환을…

"경쟁력 우선" 노사문화 정착시켜야<br>생산성 향상·고용안정 없인 기업미래도 없어<br>도요타 생산유연성 확보로 탄탄한 실적 유지<br>현대차, 전환배치·라인조정 합의가 당면과제


“성이 함락되는 데는 하루면 충분하지만 성을 쌓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과 무한한 땀ㆍ노력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노사관계다.” 도요타 계열사인 아이치제강의 한 인사담당 임원은 노사관계를 성 쌓기에 비유한다. 성을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듯이 노사관계가 안정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국내 651개 기업의 노사가 상생협약을 맺고 강성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가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지었지만 ‘노사 평화의 시대’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립적 관계를 하루빨리 청산하고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생산성 향상과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생산성 향상이 노사안정 전제조건=김재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의 산업현장에서는 고용불안이 강경투쟁이나 파업을 낳고 이것이 기업 경쟁력 약화와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왔다”며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안정과 성과보상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가 급등, 달러화 급락,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확산, 중국발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악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는 노사상생에서 찾아야 한다. 외부 여건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노사관계마저 악화될 경우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가 어려워진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외부 위협을 극복하려면 첫 단추는 내부 결속에서 찾아야 한다. 갈등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경쟁력 우선의 노사관계’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측은 대화와 타협으로 건전한 교섭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노조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노조도 생산성 향상의 주체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은 “노사관계에서 경쟁자는 해외 경쟁업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이 고비용 노사관계, 환율 하락, 내수위축 등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상생을 바탕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생산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안정에 대한 신뢰형성→협력적 노사관계 구축→노동의 기능적 유연성 확보→생산의 유연성 확보→고용과 수익의 안정’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 측은 “경영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체질을 구축하려면 무엇보다 생산의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신뢰ㆍ고비용의 노사관계를 치유하고 생산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기업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대차 전환배치, 라인조정이 관건=한국 노사관계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현대차. 이 회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무분규로 타결했지만 여전히 생산 유연성이라는 화두를 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장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업무개선과 전환배치ㆍ라인조정 등이 현대차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꼽는다.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미국의 ‘빅3’를 비롯해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부진을 보이는 가운데도 도요타와 BMW 등은 호조를 보이는 배경에는 경기변동 및 시장상황 변화에 대응해 생산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자리잡고 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와 도요타의 경쟁력 차이는 종업원들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종업원의 욕구를 금전적인 보상보다 자아실현으로 옮기며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제조원가 비중은 83.8%(2006년 기준)로 도요타(70%대)보다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당면과제인 전환배치와 라인조정 등에 대해 노사가 대승적인 관점에서 하루빨리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재원 한양대 교수는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전환배치를 생산성 향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쌍용차가 전환배치를 통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동시에 회사의 경쟁력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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