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청약통장 불법양도 몰랐다면 아파트 분양계약은 유효"

서울고법 "私益 더 중요"

불법양도된 청약통장으로 당첨된 아파트 분양권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아파트 분양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는 ‘부정한 취득’이라고 판단, 계약 취소를 인정했던 1심 판결을 전면 뒤집은 것으로 이른바 ‘떴다방’ 등에서 불법양도 사실을 모른 채 분양권을 샀던 ‘선의’의 매수자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서울고법 민사10부(재판장 이재홍 부장판사)는 22일 불법양도된 청약통장으로 당첨된 서울 삼성동 현대I파크 분양권을 사들인 김모씨가 “불법양도 사실을 몰랐음에도 공급계약까지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며 현대산업개발을 상대로 낸 수분양권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분양권이 거래된 지난 2001년 당시는 분양권 전매가 전면 허용됐고 원고가 사전에 청약통장 불법양도 사실을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따라서 원고는 주택건설촉진법(이하 주촉법)상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주택을 공급받을 수 없다는 ‘공급질서 교란금지’ 조항의 적용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한 관계자는 “주촉법의 공익적 취지를 존중한다 하더라도 원고의 사익 역시 중요하다”며 “원고가 청약통장 불법양도 사실을 몰랐던 ‘선의’의 대상자였던 만큼 이 사건 아파트 계약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는 지난해 6월 “주촉법의 입법취지 등에 비춰 이 사건 계약은 위법”이라며 원고패소 판결했었다. 김씨는 2001년 9월 떴다방을 통해 현대I파크 분양권을 6,000만원에 매수했으나 이듬해 국세청은 주택거래 과열지역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 분양권이 청약통장 브로커 사이에서 불법양도, 당첨된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국세청 통보를 받은 현대산업개발이 2003년 4월 김씨에게 아파트 공급계약을 취소한다고 통보하자 소송을 냈다. 한편 원고측 소송을 대리한 성정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분양권 프리미엄 목적과 상관없는 실수요자를 법원이 구제해줬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특히 주촉법상 선의의 제3자를 구제해주는 조항이 없음에도 법원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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