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파산보호법 불공정 경쟁 불러"미국의 파산 보호법인 챕터 11에 대한 유럽 경영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3월23일자)에서 미국의 파산 보호법이 불공정 경쟁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난과 불만이 유럽 경영자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이 최근 연쇄적으로 파산했지만 법이 정한 적극적인 보호 정책으로 청산보다는 대다수가 회생의 길을 걷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 질서가 오히려 왜곡되고 있다는 것.
유럽 경영인들은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어려움에 처한 미국의 항공업체나 철강업체 모두 이 같은 파산 보호법의 보호를 받아 회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부 기업의 경우 정부와 채권단의 유리한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고의로 파산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유럽측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유럽 경영인들은 유럽 역시 미국식으로 파산 관련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럽에서 미국의 파산 보호법 개정을 요구할 수 없는 만큼 자체의 파산 관련법 개정을 통해 동등한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문가들이 보는 양측 파산 관련법의 가장 큰 차이는 누가 파산기업의 주도권을 갖느냐는 것.
미국은 기업에 유리한 채무조정을 통해 경영인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반면 유럽은 채권단과 정부의 입김이 강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기업은 파산보호를 신청할 경우라도 경영진이 곧바로 문책당하지 않고 회생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채권단과의 협상에서도 기업에게 우선권을 주는 법 조항으로 채무조정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다. 결국 경영진은 금리 부담이 적은 금융지원을 기반으로 구조조정에 착수,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의 파산 관련법은 미국에 비해 기업의 회생보다는 청산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기업의 경영악화를 경기 순환상 의 문제로 보고 회생방안 마련에 주안점을 두는데 비해 유럽의 경우는 기업경영 실패에 따른 문제로 보고 경영자 문책 및 기업 청산을 통한 채권회수에 나선다는 것.
이 같은 양측의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통신회사 코베이드와 유럽의 라이벌 기업인 캐리어 인터내셔널을 꼽았다.
코베이드는 파산보호 신청 이후 14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주식 15%와 교환하는 채무조정을 통해 다시 정상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반면 기업에 유리한 채무조정을 얻어내지 못한 캐리어는 경영권이 정부와 채권단에 넘어간 뒤 청산 절차에 밟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역시 기업에 유리하도록 파산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EU의 파산 관련법이 본질적으로 미국식으로 변경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언스트 앤드 영의 파산 전문가인 셰건 더베이는 "EU가 파산 관련법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인식 전환보다는 현 시스템에 미 챕터 11의 몇몇 조항들을 삽입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