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이헌재의 '6월 환상'

경제부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기자의 눈] 이헌재의 '6월 환상' 경제부 김영기기자 young@sed.co.kr 경제부 김영기기자 벌써 6월의 한복판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자신했던 계절이다. 지난 2월 취임한 이 부총리는 줄곧 “6월 말이면 소비와 투자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 비추어보면 아이러니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적어도 이 부총리의 정례 브리핑이 있는 날이면 경제 주체들은 장밋빛 환상에 빠지곤 했다. 선장은 배에 구멍이 나더라도 의연한 모습을 취한다고 하던가. 그는 각종 지표들이 잿빛을 벗어나지 못하던 지난 4일 브리핑에서도 “소비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6월 말 비상(飛翔)’에 대한 기대를 다시금 심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통계청이 10일 내놓은 ‘소비자전망 조사’ 결과는 기대와는 딴판이다. 소비 심리는 연중 최저로 내려 앉았고 이젠 돈 있는 사람들마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고소득층의 낙관이 저소득층으로 확산되기는 커녕, 전계층이 위축되는 분위기다. 통계가 거짓을 말할까. 현실은 이 부총리의 전망과 거꾸로 가는 것 같다.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각종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의 심리는 ‘얼음 공화국’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싸늘하다. 그런데도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조차 예전의 자신감을 이어갔다. 아니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는 소비자 전망 조사를 다른 각도로 해석, “경기가 바닥을 치고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이른바 ‘경기 바닥론’을 두 번이나 강조했다. “내년에는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며 올해 이상의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당장의 경제 지표는 곤두박질치는데 경제 수장은 한참 뒤의 얘기를 읊은 셈이다. 재경부 간부들은 요즘 부총리 얼굴 보기가 힘들다 고 한다. 총리 업무까지 챙기려니 집무실을 지키는 시간이 드물고 사소한 보고는 거의 생략한다.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들도 들린다. 요즘 부총리만큼 바쁜 사람도 드물다. 산적한 현안 속에서도 호언 했던 경기반등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7월 초 브리핑에서 이 부총리가 어떤 경기 판단과 전망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입력시간 : 2004-06-1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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