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분양 뭘 남겼나] 서민 박탈감만 키웠다 높은 분양가에 그림의 떡분양가 평당 1,200만원선 근접 6,000만원으로 24평도 청약 못해민영임대는 '무늬만 임대' 전락…'중산층 이상만의 잔치' 로 끝나 김문섭 기자 lufe@sed.co.kr 관련기사 판교 노부모 우선공급 미달분 6.16대1 "강남이 외면한 뉴강남" 정체성만 실종 [기자의 눈] 판교가 남긴 것 “정말 힘들게 모은 6,000만원인데….” 지난 18년간 전셋집을 전전해온 무주택자 김성민(42ㆍ가명)씨는 요즘 판교의 ‘판’자만 들려도 애써 억눌러놓은 감정이 다시 치밀어 오른다. 150회나 납입한 청약저축 통장이 있어도 아끼고 아껴 모은 전재산 6,000만원으로는 24평형조차 청약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순간의 무력감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당첨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인터넷의 전문가의 상담 결과를 인쇄해 가지고 다니며 주변에 자랑했던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가 없다. 김씨는 “평당 800만원에 분양한다는 소리나 서민 주거안정 운운하는 얘기를 믿었던 내가 잘못이지 누굴 탓하겠느냐”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판교 중소형 청약일정이 모두 마무리됐지만 김씨처럼 여전히 ‘판교 증후군’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적지않다. 판교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던 지난해부터 ‘판교 로또’ ‘천문학적 경쟁률’ 등의 수사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경쟁률은 예상만큼 높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분양대금 마련에 버거움을 느낀 상당수 서민들이 청약을 포기했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바꿔 말하면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갖춘 중산층 이상만의 잔치가 됐다는 얘기다. 아예 청약조차 못했거나 낙첨의 고배를 들 대다수 서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결과적으로 신도시 분양이 로또 당첨으로 변질돼버린 탓이 크다. 정부는 강남을 대체할 고급주거지를 조성해 수도권 집값 안정을 꾀한다는 목표 아래 판교 개발을 추진하면서도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명분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정부가 애초 서민부담을 감안해 평당 700만~800만원대로 예상했던 분양가는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1,000만원을 넘어 1,200만원선에 가까워 서민들이 근접할 수 없는 높은 나무 위로 올라앉았다. 이 과정에서 강남ㆍ분당 등지의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판교와 상승효과를 주고받으며 짧은 기간 급속히 치솟았다. 말 그대로 서민을 위해 공급한다는 임대주택은 사정이 더욱 심각했다. 민영임대는 인근 분당 전셋값보다도 비싸 ‘무늬만 임대’라는 비난을 받은 끝에 간신히 미분양을 면했다. 임대료를 한껏 받으려는 민간업체들이 국민주택기금 지원을 거부할 수 있도록 허용해놓은 제도의 허점 탓이다. 주공 임대조차 웬만한 서민들은 기존 전셋값에 추가 대출을 한껏 받고 월 임대료까지 내는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쌌다. 벌써부터 ‘실패한 소셜 믹스(Social Mix)’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팀장은 “판교는 불분명하고 어정쩡한 정책 목표 때문에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신도시가 돼버렸다”며 “강남 대체와 서민 주거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송파 신도시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투기ㆍ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10년간 전매제한’이라는 규제는 오히려 서민들에게 치명적 결정타가 됐다. 빠듯한 자금여력에 대출부담으로 허리가 휘어지면서도 10년간 마음대로 팔지 못한다는 현실이 주는 압박감은 생각 이상으로 컸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높은 분양가로 청약을 포기한 사람도 많고 당첨되더라도 10년 전매제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법전매에 나설 사람이 적지않아 보인다”며 “2기 신도시들이 성공하려면 판교의 경험을 교훈 삼아 전매제한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판교보다 입지여건이 크게 떨어지는 파주나 김포 신도시는 전매제한이 없다고 해도 수요가 받쳐줄지 의문이기 때문에 전매제한을 5년으로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서민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6/04/20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