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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슈뢰더 불신임 이후 야당총재의 과제

<파이낸셜타임스 4일자>

지난주 독일 의회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에 대한 신임안이 부결된 후 오는 9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사회민주당(SPD)의 참패가 기정사실화돼가고 있다. 이로써 슈뢰더 총리는 유럽에서 레임덕 위기에 처한 지도자들 중 가장 먼저 낙마하는 인물이 될 것이며 독일 정부는 경제개혁에 대한 대중의 요구를 총리에게서 위임받을 전망이다. 야당인 기독민주당(CDU)에서 차기 총리후보로 지명된 앙겔라 메르켈 총재는 슈뢰더의 실패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우선 메르켈 총재는 경제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슈뢰더 정권은 끝없는 고행의 시대를 예고하는 경제개혁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CDU는 대중의 여론을 경제개혁을 통해 고용창출과 생산성 향상 등의 구체적인 목표와 일치시키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현 정권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개혁의 성과를 너무 일찍 약속하는 것이다. 메르켈 총재가 고통을 예고하기는 하지만 진실된 공약을 내건다면 대중의 환호를 받을 것이다. 또 CDU가 다음주에 내놓을 예정인 총선 공약은 지나치게 구체적인 목표들을 포함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오히려 지난 79년 영국의 마거렛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이 제시한 것처럼 독일의 미래를 위한 큰 밑그림을 담고 있어야 한다. 복지의 개념과 한계를 둘러싸고 앞으로 벌어질 당내 분열도 메르켈 총재에 의해 강력하게 조기 진압돼야 CDU가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 사회주의 진영인 CDU는 관대한 복지국가의 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르켈 총재는 당내의 좌파적 요구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강하게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밀어붙여야 한다. 독일은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경제개혁을 위한 과감한 정치적 결단을 기다릴 틈이 없다. 메르켈 총재의 경제성장에 대한 뚜렷한 의지만이 정치적으로 우유부단했던 슈뢰더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 총선 승리와 독일의 경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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