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權부총리 '모호한 修辭' 도마에

경기진단등 용어만 계속 바꾸며 본질 피해<br>정책방향은 제시않고 해석상 논란만 불러


권오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화려하지만 본질을 피해가는 듯한 수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7월18일 취임해 오는 25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권 부총리는 경기하강 국면에 북한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는 등 결코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처럼 짧은 기간의 일만 가지고 권 부총리의 전반적인 성적표를 내기는 힘드나 경제정책 수장으로서의 명확한 방향제시보다는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그의 발언들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10년 만에 적자 반전이 우려되고 있는 경상수지 문제와 관련해 권 부총리는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연간 교역규모가 6,000억달러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설령) 경상수지 적자가 14억달러에 달해도 굉장히 적은 숫자다”고 말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최고의 거시경제전문가인 권 부총리가 경상수지 적자의 의미를 간과하지 않았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들었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경기진단에 대한 권 부총리의 발언도 모호하기 그지 없다. 그는 경기부양과 관련해 ‘경기관리’라는 새로운 용어를 통해 참여정부 출범 이후의 정책기조에 어긋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내용은 경기부양이지만 틀은 ‘경기관리’라는 것이다. 권 부총리는 취임 이후에는 한결같이 거시정책의 ‘미세조정’을 강조했다. 그러던 중 9월 들어 ‘리밸런싱(재조정)’이란 표현을 사용, 정책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일각에서 이를 경기부양으로 해석하는 데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해명자료를 낼 정도였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는 사실상 경기부양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기관리’라는 단어를 꺼냈다. 경기부양이라는 단어에 근접하기까지 4개월이 걸린 셈이다. 고용에 대한 해석도 지나치게 긍정적인 측면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권 부총리는 정례브리핑에서 “상용근로자 위주의 증가가 이어지면서 고용의 질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보다는 질이라는 얘기이다. 정부는 올해 고용 증가 목표치를 내세운 35만명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숱한 지적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목표치를 슬그머니 30만명으로 낮춘 바 있다. 그리고 나서 ‘고용의 질’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기존 임시ㆍ일용직이 상용직으로 취직한 것보다는 자영업자나 무급가족 종사자들이 상용근로자로 전환된 경우가 많다”며 “임시ㆍ일용직의 감소현상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의 질을 따지기에는 무리다”고 말했다. 취임초기에는 최근 이슈로 자리잡은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수도권규제 문제는 지엽적이라는 발언을 한 뒤 수정하는 고충(?)도 겪었다. 경기하강 국면에 북핵 위기가 겹치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한국 경제의 실상을 감안하면 부총리의 애매한 수사학은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피로도를 더욱 높이는 효과만 가져온다는 지적이 여기 저기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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