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특별기고] 정방우 한국은행 외화자금국 국장

국제금융시장 동향과 대응지난해 3월 10일 사상최고치인 5,048.62까지 급등했던 나스닥 지수가 지난 9일에는 심리적 저지선인 2,000선을 위협하는 2,052.78까지 하락함으로써 1년만에 무려 3,000포인트나 떨어졌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사 애비 코엔여사 등 일부 분석가들은 종전의 비관적인 전망을 바꿔 미국 주식시장이 경기부진과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이미 충분히 반영하고 있으므로 주식보유 비중을 서서히 늘릴 것을 투자자에게 권고한 바 있지만, 많은 투자은행들은 여전히 미국 주식시장의 부진을 전망하고 있으며 나스닥의 경우 2,000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점치고 있는 등 지금보다도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경제 사이클이 하반기중 V자 또는 U자 형태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나 L자형으로 현재의 경제부진이 금년이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무시 못할 형편이다 이와 같은 경기의 급격한 위축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미 연준은 3월 20일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에서 0.5%포인트 정도의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대부분 기관이 이미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의 미 금리 수익률 곡선상으로 볼 때 2ㆍ4분기 이후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경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미국경제에 대한 악화 우려와 주식시장의 큰 폭 하락으로 국제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정성이 증폭되고 있다 한편 미국 다음으로 세계 경제 대국인 일본은 경기 진작을 위한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9일 일본 연립내각은 폭락하는 일본 주식시장을 부양하고자 '긴급 경제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발표된 경제대책에는 주식투자 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가의 주식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 경감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대책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필요한 금융 및 재정정책 수단이 포함되지 않은 대증적인 처방으로 이미 심각한 증상을 보이고 있는 일본경제가 회생 가능하리라고는 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주식시장은 지난 금요일의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금주 주식시장이 개장하면서 닛케이 평균 주가지수가 지난 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5일의 수준에 근접하는 1만2,200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엔화환율도 120.60엔까지 치솟는 등 국제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경제신문도 일본은행이 17일 개최되는 통화정책위원회에서 불가피하게 작년 8월 포기하였던 '제로 금리정책'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일본에 비해 비교적 안정을 보이던 유럽국가의 경제상황도 이와 같은 국제금융시장의 영향으로 올들어 실물 부문의 급격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최근 발표된 1월 공장수주가 예상보다 크게 낮은 전월비 3.9%의 감소를 기록한 바 있고 영국도 1월중 제조업생산이 전월비 0.9%의 감소를 기록하였다 이와 같은 선진국 경제의 불안 증폭으로 동남아 등 이머징 마켓의 주식과 외환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으며 터키의 경우는 지난 2월중 이미 외환 위기상황을 겪은 바 있다 우리의 경우도 올들어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으나 국제금융시장의 불안한 영향으로 향후 경제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경제 각 부문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주변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감안하여 각 경제 주체별로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국민개개인들은 우리 경제가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여행수지 적자와 수입 수요를 고려하여 무분별한 해외여행과 사치품의 구입을 자제하고, 저축과 투자를 통해 국내저축에 의한 투자 재원조달 비중을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현재 추진중인 구조조정의 조속한 마무리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필요한 유동자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안정적 자산관리에 관심을 높이고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하여 환리스크 헤지를 위한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경기부양 대책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일시적인 경제 상황 악화의 개선에 초점을 둔 경기부양 대책보다는 현재 진행중인 경제의 구조개혁의 철저한 진행을 통해 장기적인 우리 경제 구조의 건실화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鄭方愚 한국은행 외화자금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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