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김·떡·순'


중국에는 땅이나 인구 규모만큼이나 다양한 음식문화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우리 돈으로 몇 천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간단한 먹거리인 '샤오츠(小吃)'는 도시마다 골목마다 서로 다른 특색을 자랑한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은 지방 시찰에 나설 때마다 대중들 틈에 섞여서 이 같은 대표 길거리 음식을 직접 맛보는 소통정치를 한다고 해서 수년 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도 중국 못지않은 다양한 길거리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김·떡·순'이다. 김밥·떡볶이·순대의 약어인 이 말은 요즘 10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게 익숙한 먹거리다. 같은 이름의 식단이 등장한 지 오래됐고 이 이름을 단 분식체인점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인들도 즐겨 먹는다고 한다. 김떡순이 현재 형태로 정착한 것이 1960~1970년대라고 하니 아버지 세대부터 아들 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스테디셀러 메뉴인 셈이다.

우리 세대에게도 먹성이 좋던 10대 때 하교 길에 이를 파는 포장마차에 들러 단돈 몇 백원에 여럿이 배를 불린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떡순은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식재료 공급업체뿐 아니라 판매 업체까지 영세하다 보니 보건당국의 위생단속에 걸리는 일이 심심찮게 터져 나와 불량식품이라는 오명(汚名)을 함께 지니고 있다. 순대에 들어가는 내용물에 대한 논란은 수십 년째 끊이지 않으며 최근에도 수백억대 매출을 기록하는 한 식품업체가 대장균이 득실대는 떡볶이용 떡을 불법유통하다 단속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순대와 떡볶이, 계란 등 3대 생활밀착형 식품에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오는 2017년까지 의무화한다고 최근 입법 예고했다. 국민대표 간식이면서도 동시에 불량식품이라는 불명예를 얻어온 김떡순이 이를 벗게 된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국민 간식의 위생조차 스스로 지키지 못할 만큼 우리 사회가 여전히 미성숙한 것 아닌지 싶어 뒷맛이 씁쓸하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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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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