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브릭스 펀드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닐은 2001년 보고서에서 '브릭스(BRICs)'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브라질(B)·러시아(R)·인도(I)·중국(C)의 국가 이름 앞글자를 모으고 복수형 어미(s)를 붙인 조어다. 땅 면적과 인구 규모에서 세계 10위 안에 드는 대국들로 오닐은 이들 4개 나라가 2050년 세계 경제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순 조어 수준이던 브릭스는 2002년 '상호 무역과 협력 조약'을 맺어 경제적으로 유대관계를 맺더니 2009년 6월 첫 정상회의를 열어 금융위기로 불거진 국제금융 시장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S)을 회원으로 가입시켜 BRICs에서 BRICS로 확대된 브릭스는 2011년4월 3차 정상회의에서 서방의 리비아 군사개입을 반대하며 정치·안보 문제까지 협의하는 국제기구로 발돋움했다.

이들이 갈수록 목청을 높인 배경에는 커지는 경제적 위상이 있었다. 2001년 이미 무시하지 못할 경제력을 갖춘 브릭스는 이후 10년간 고속 성장하며 글로벌 투자금을 빨아들였다. 브릭스 증시 대표지수를 반영한 MSCI 브릭스지수의 수익률은 이 기간 308%에 달해 미국 S&P500의 수익률(15%)의 20배가 넘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지금 브릭스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석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 하락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으며 중국은 부동산 거품과 과잉설비 문제로 경제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인도가 낫다고는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이 커 지속 성장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브릭스라는 말을 만든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대규모 손실 끝에 브릭스 펀드의 별도 운용을 중단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브릭스의 종언'으로 표현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은 전망 좋다는 말만 믿고 브릭스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다. 브릭스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이 기본이니 벽돌(brick)로 집을 지어도 소용이 없는 모양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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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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