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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표로부터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기춘 의원이 1심에서 징역 1년4개월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불법 정치자금이 인정될지 관심을 모았던 '명품시계·안마의자' 수수에 대해서는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엄상필 부장판사)는 8일 박 의원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4개월과 추징금 2억7,8000만원을 선고했다. 업체 대표로부터 챙긴 시계를 돌려주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은닉 교사)도 징역 6개월을 선고했지만 이 부분의 형은 2년간 유예했다.
법원은 박 의원이 아파트 분양 대행업체 김모 대표로부터 아들 결혼축의금 1억원을 포함한 현금 2억8,000만원을 받은 부분은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8,000만원 상당의 명품시계와 안마의자를 받은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물건'을 포함해 정치인에게 주는 모든 금품은 정치활동에 보태 쓰라는 취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시계·안마의자는 박 의원이 정치활동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사용했으며 이를 돈으로 바꿔 사용할 계획도 없어 정치자금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의 금품수수 행위를 폭넓게 규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이번 판결에서 보듯 현금이 아닌 물건을 받은 행위는 처벌하기 어렵고 뇌물죄의 경우 금품수수의 '대가'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 적용할 수 없다. 실제 검찰은 수사 초기 박 의원에 대해 뇌물죄 적용도 검토했으나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정치자금법으로 기소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대가와 상관없이 공무원의 금품수수 행위를 처벌할 수 있지만 이 법도 국회의원은 사실상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