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스폰서

'하잔 대로 다 해줄게, 사 달란 대로 다 사줄게, 필요한 건 뭐든지 말만 해, 난 니 스폰서 스폰서 스폰서.' 지난해 8월 MBC 무한도전가요제에서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노래 '스폰서'의 가사 첫 소절이다. 곡명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연인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해주고 다 사주겠다는 내용이다. 세련된 리듬에다 감미로운 가사 덕에 한동안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후원자가 돼서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고 속삭이는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 곡이 소개될 당시 노래 이름을 듣는 순간 달달함보다 불온한 생각이 스쳤던 기억이 난다. 이따금 들려오는 연예인 관련 은밀한 소문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폰서(sponsor)'는 원래 자선사업이나 예술활동을 순수하게 지원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학문과 예술가를 후원해 중세 르네상스의 부흥을 이끈 이탈리아 피렌체 메디치가(家)가 훌륭한 예다.

대형 행사나 라디오·TV 프로그램 제작을 후원하는 광고주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는 스폰서하면 여성 연예인과 내밀한 거래를 즐기는 권세가·재력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와 관련된 루머에는 항상 거액의 돈이 따라다닌다. 최근 한 걸그룹 여가수가 스폰서 제의를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타임당 400만원' 등 수차례 문자 메시지가 왔다고 한다.

경찰서에 고소장을 내고 엊그제 고소인 조사까지 마쳤다니 조만간 내막이 밝혀지지 싶다. 이런 저질 스폰 유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화되면서 연예인을 넘어 일반인에까지 독버섯처럼 퍼지는 모양이다. 예쁜 얼굴과 몸매를 찍은 셀카를 올린 여성 등에게 제안이 끊이지 않는다는 보도다. 스폰 수사는 암암리에 이뤄지는 뒷거래 탓에 진실규명이 쉽지 않은 게 그간의 경험이다. 이번만이라도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 비뚤어진 스폰 풍조에 경종을 울리기를 바란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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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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