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이란 제재 해제] 세 불리는 이란, 패권 지키려는 시우디… 중동 정세 다시 요동

이란, 사우디보다 많은 인구·자원·군사력 강점

시아파 세력 확장 땐 수니파와 거센 갈등 불보듯

이스라엘도 이란 핵 경계 여전… 역내 긴장감 커져



서방 경제 제재의 족쇄에서 벗어난 이란이 중동의 새로운 맹주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 정세가 한층 복잡하게 얽히고 설킬 것으로 우려된다. 지금까지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에서 위세를 떨쳐왔지만 시아파 종주국이 이란이 30여년 만에 미국과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며 경제·정치 대국으로 발돋움할 길을 열면서 지역 패권을 둘러싼 양국과 종파 간 세력 다툼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금융 제재 해제를 계기로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 정세가 앞으로 더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란의 급부상에 현재의 중동 패권국인 사우디가 노골적인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도 이란 핵 개발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이 고립된 사이 중동의 맹주로 위상을 굳혀온 사우디는 이란의 국제 사회 복귀와 세력 강화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사우디보다 2.6배나 많은 인구와 군사력을 보유한 이란이 원유 수출 재개 등으로 경제력을 키우게 되면 사우디의 위상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지금까지 미국 등 서방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중동에서 주도권을 행사해왔지만 이란이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교역을 확대하고 다른 국가들과 관계 개선에 나서면 상대적으로 자국의 국제적 입지가 크게 약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란의 핵협상 타결 이후 미국과 유럽 각국은 물론 일본 등 선진 각국은 이란과의 경제 교류와 협력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로 막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는 이란의 경제적 잠재력도 사우디의 경계 대상이다.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를 계기로 지금까지 수니파로 무게중심이 쏠렸던 종파 간 알력 역시 한층 복잡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교도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수니파의 세력이 급격하게 꺾이지는 않겠지만 종주국인 이란이 이라크·시리아·레바논 등 시아파 국가와 소수 세력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시아파 세력 확대에 나선다면 종파 간 세력 다툼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이란은 이미 이달 초에도 종교 지도자 처형 문제로 정면 충돌한 바 있다. 지난 2일 사우디가 이란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시아파 지도자 4명을 집단 처형하자 격분한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했으며 사우디 정부는 이란과의 외교 전면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사우디와 이란은 각각 수니파와 시아파를 대표해 시리아·예멘 등에서 대리전을 치르며 서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한편 이번 경제 제재 해제로 이란은 큰 경제적 이득은 물론 국제사회의 주요 플레이어로 거듭나게 됐다. 이란은 원유·석유화학제품 수출을 재개하고 외국인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조선·항만·자동차·철강 거래에 대한 제재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국외에 동결됐던 원유 판매 대금 등 이란 자산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이번 제재 해제로 이란이 1,000억달러(약 121조5,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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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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