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50돌 맞은 기능한국의 과제

서승직 인하대 명예교수 기능올림픽 전 한국기술대표

서승직 인하대 명예교수

지난 1966년 1월 기능올림픽 한국위원회를 설립한 기능한국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자긍심의 원천이다. 특히 산업화의 기적을 이룬 차별된 역량으로 국내총생산(GDP) 10위권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혁신을 간과해 기능선진국 반열에 들지 못하고 기능강국에만 머물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50돌을 맞은 기능한국의 시급한 과제는 능력중심사회의 표상인 기능선진국 실현을 위한 혁신이다. 핵심은 만연된 편견의 타파, 직업교육의 정체성 회복, 숙련기술인 육성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기능선진국의 리더 역할을 할 시스템 구축 등으로 집약할 수 있다.

기능선진국 실현은 선진제도 도입과 정책보다도 뿌리 깊은 기능경시의 편견문화 타파가 더 시급하다. 그동안 정부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단기성과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임기응변 정책은 직업교육의 정체성 실종과 고교졸업자 10명 중 7~8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대학만능주의를 야기했다. 기능한국의 자긍심인 기능올림픽도 직업교육 본질의 현상으로 표출돼야 한다. 현상만을 추구하는 기능강국은 진정한 국가경쟁력이 될 수 없다. 일부 기능인에게만 파격적인 우대를 하는 상황에서 기능강국을 목표로 하는 산업화국가의 기능인 우대제도 벤치마킹은 기능선진국의 정체성을 잊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동유럽의 스포츠 강국이 스포츠 선진국이 되지 못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숙련기술은 국가경쟁력 창출의 보고다. 따라서 실적을 위한 기능강국보다 잠재된 재능을 경쟁력으로 키우는 인재육성에 집중해야 한다. 강점 있는 숙련기술인 육성을 위한 로드맵 구축으로 기능인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독일은 기능선진국으로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며 메이드 인 저머니는 차별된 신뢰를 받고 있다. 이것이 기술자를 중시하는 마이스터(장인) 정신에서 비롯된 독일의 역량이다.

한국은 기능올림픽의 노하우를 시스템으로 구축하지 못해 강국다운 리더 역할을 못하고 있다. 국제심사장조차 없는 기능한국의 위상이 창피했다는 브라질기능올림픽을 취재한 한 기자의 토로는 깊이 성찰할 대목이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을 계기로 기능올림픽의 노하우 전수를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한국은 브라질기능올림픽대회의 핵심 평가항목에서 브라질에 완벽하게 졌다. 한 국제심사위원은 "한국이 오히려 기술전수를 받아야 할 입장인 것 같다"는 씁쓸한 말을 남겼다. 기능선진국도 아닌 상황에서 기능올림픽 기술전수 양해각서 체결 몇 달도 안 돼 생긴 일이다. 국익창출을 위한 실적 내기의 성급한 기술전수의 실상이다.

가치 있는 국제사회 기여나 기술전수도 차별된 기능선진국일 때 가능한 일이다. 실적이 목표인 기능강국만으로는 편견문화를 타파하고 직업교육의 정체성을 회복시킬 동력을 얻기에 부족하다. 독일을 비롯한 기능선진국들은 언급한 우리의 혁신 난제를 제도로 정착시켜 미스매치의 국력손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정책을 위한 정책으로 학벌만능주의를 심화시킨 제도를 혁신하지 않고는 능력이 중시되는 기능선진국 실현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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