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한파에 폭설… 비상 걸린 설 배송

택배사 "2~3일 지연" 고지

채소가격 등 물가도 뜀박질

온라인 주문 몰려 택배량 역대최고… "명절 대목 최악 배송전쟁"

"신선식품 얼어붙을라" 별도 보관· 관리 강화

배달 늦어져 주문 취소… 오토바이 사고 등 겹쳐 프랜차이즈업계도 울상

야외매장 많은 전통시장 사람 발길 뚝 끊겨 한산


25일 오전 한진택배는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도·충청도·전라도·울릉도 및 남부지역 집배송이 2∼3일 지연될 수 있음을 긴급 고지했다. 해당 지역 제설작업 지연 및 도로 결빙으로 제시간에 원활히 집배송이 이뤄질 수 없어 사전에 양해를 구한 것이다. 한진 관계자는 "주요 도로가 통제되고 이동이 가능한 곳 역시 체인 없이 섣불리 움직일 수 없어 택배기사의 안전운행 등을 고려해 무리하게 배달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강 한파와 폭설로 본격 시작된 설 배송에 비상이 걸렸다. 택배사들은 설 선물 수요에다 한파에 따른 온라인쇼핑 주문이 겹쳐 사상 최대의 배송전쟁이 벌어질 것을 우려한다. 특히 도로망 결빙으로 택배 배달 및 집하에도 경고등이 켜졌고 '겨울철 한반도 채소공장'인 제주도가 고립되면서 무와 양배추 등 채소 가격이 급등하는 등 장바구니 물가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설 특수를 기대한 전통시장도 손님이 뚝 끊기며 꽁꽁 얼어붙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며칠은 내륙에 보관하는 재고물량으로 견딜 여력이 있겠지만 한파가 지속된다면 치명적일 것"이라며 "출하지연으로 산지 가격 상승과 일부 지역의 배달 및 집하 지연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실제 제주지역 설 특산물 등은 폭설과 혹한으로 발이 묶여 집배송이 거의 되지 않는 상황이다. 울릉도 역시 오징어·산나물 등 각종 '설 물량'이 육지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제설 및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상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최악의 배송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울릉도 역시 오징어·산나물 등 각종 '설 물량'들이 육지로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제설 및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상 악화가 장기화된다면 최악의 배송전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설 특수가 시작된데다 한파로 온라인몰을 이용해 생활필수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택배물량은 역대 최고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한파와 폭설에 따른 결빙 등 도로상황이 여의치 않아 배달 및 집배에 차질을 빚고 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제수용 과일 등 신선식품 등은 제품이 얼지 않도록 별도 보관을 하거나 택배기사가 배달 전 결빙 지역에 대해 제대로 숙지할 수 있도록 사전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일 물동량을 지난해보다 10~15% 늘어난 최대 135만개로 잡았지만 폭설과 한파로 배송 등이 원활하지 못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방 곳곳에 내린 폭설로 배추·무 등 농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설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겨울철 채소 공급의 주 무대인 제주도가 폭설에 잠기면서 주력품목인 무와 양배추·배추 등은 최소 30% 이상 급등세가 예상된다. 강원도 및 내륙 곳곳에서도 추위 속에 채소 생육이 부진한데다 출하작업도 지연되면서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5일 18㎏ 기준 7,016원이었던 무 도매가격은 25일 1만6,549원으로 두 배 넘게 올랐다. 같은 기간 배추 도매가도 10㎏ 기준 4,770원에서 7,102원으로 48.5% 올랐다. 1㎏당 566원이었던 양파도 178% 오른 1,577원을 기록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폭설이 내린 호남과 제주 지역에서 잇따라 배달에 차질을 빚는 등 비상이 걸렸다. A 치킨 업체는 지난주 말 32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제주도 20개 매장의 매출이 30%가량 급감했고 B 피자 업체도 빙판길로 정상적인 배달이 어려워지자 호남 지역 일부 매장에서 배달주문을 아예 받지 않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이 겹치면서 주말 대목에 오히려 평소보다 매출이 많게는 절반 이상 감소한 매장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파로 타격을 입고 있는 가맹점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파에 외식배달이 더욱 늘면서 기뻐하기보다는 울상을 짓는 점주들도 늘고 있다. 목도리·장갑 등으로 무장한 채 휴대용 손난로를 들고 배달에 나서는 배달직원들은 방한용품이 '필수품'이 됐다. 충청권에서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주문이 밀리다 보니 지난주 말 치킨 배달에만 평소 주말의 두 배인 한 시간가량 걸렸다"며 "배달물품은 쌓이지만 성난 고객들의 주문 취소에 결빙으로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겹치는 등 우여곡절의 주말을 보냈다"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붐벼야 할 전통시장도 꽁꽁 언 한파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맹추위에 오가는 사람이 뚝 끊기면서 야외매장이 다수인 시장은 한산함이 감돈다. 연일 계속되는 추위와 매출 부진에 일찍 장사를 접는 상인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한파에 작황도 좋지 않아 채소 가격이 올라 개시(첫 손님)에 더 시간이 걸렸다"며 "올해 설 대목 매출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김민정기자 je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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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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