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주력산업 실적둔화 현실로… 침체 늪으로 가라앉는 전자·자동차·철강

현대차 영업익 5년만에 최저치

SK하이닉스 '1조클럽' 가입실패… 포스코 지난해 창사이래 첫 적자

글로벌 경기불황·저유가 맞물려 수익성 급락… "올해도 힘든 한해"

현대차 울산 5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
현대자동차 울산 5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제네시스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전자와 자동차·철강 같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실적둔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침체와 저유가, 미국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빠른 속도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5년 만에 영업이익이 최저치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의 벽이 깨졌다. 삼성전자와 삼성SDI·삼성전기 같은 부품사도 줄줄이 하향세다. 포스코는 지난해 말 이미 사상 첫 적자를 예고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최근에도 하향 조정되고 있어 올해도 국내 기업들은 어려운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연초부터 국내 주요 산업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우선 자동차는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현대차는 26일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1조5,1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도 6조3,579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대비 15.8% 감소하면서 6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이는 지난 2010년(5조9,185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매출은 좋았다. 현대차의 4·4분기 매출은 24조7,648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는 91조9,588억원을 기록해 2014년보다 3% 증가했다. 지난해 차량 판매대수는 496만3,023대에 달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매출증가에도 신흥국 통화 가치의 급격한 약세로 해외 공장의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자동차는 올해도 힘든 한 해가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목표로 813만대를 제시했다. 지난해 820만대보다 되레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는 8,850만대로 추정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2.9% 늘어나는 것이지만 2014년의 4.2%에 비해서는 낮다.

전자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마트폰과 가전 부문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지는데다 반도체 공급과잉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도 실적악화 바람을 완전히 피해가지는 못했다. 지난해 4·4분기부터 나빠지는 모양새다.

이날 실적을 공개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18조7,980억원, 영업이익 5조3,360억원으로 3년 연속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냈지만 4·4분기 영업이익이 9,889억원으로 8분기 연속 '1조클럽' 가입에 실패했다.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수요 둔화 탓에 전 분기보다 29%, 전년 동기 대비 41%나 줄었다. 올 1·4분기도 계절적인 비수기로 경영환경이 쉽지 않다는 게 하이닉스 측의 설명이다.

26일 실적을 공개한 LG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사실상 비상상황이다.

LG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4% 감소한 56조5,090억원, 영업이익은 35% 줄어든 1조1,923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 4·4분기에 OLED TV와 스마트폰 판매에 힘입어 매출 14조5,601억원, 영업이익 3,490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 대비 각각 4%와 19% 성장한 게 위안거리다. 전년 동기로는 매출액은 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약 27%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606억원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90.3%나 급감했다. 매출도 10.1% 줄어든 7조4,957억원이었다.

이달 초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도 4·4분기 영업이익이 6조1,000억원으로 6조원에 턱걸이했다. 영업이익 증가세는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떨어진 게 이유다.

부품 업체들의 고전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4·4분기 영업손실 808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고 오는 29일 실적을 발표할 삼성전기도 시장전망치(400억원)보다 이익 규모가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28일 지난해 실적을 내놓는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부진은 글로벌 경기흐름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6.9% 성장해 7%선이 무너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6%에서 3.4%로 내렸다. 중국 업체의 약진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 TV만 해도 올해 브라질올림픽과 유로2016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지만 글로벌 경기둔화와 시장포화로 판매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SNE리서치는 최근 전 세계 TV업계가 올해 판매목표로 2억5,900만대를 내놓아 지난해보다 13% 더 팔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8% 늘어난 2억3,300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가 좋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라며 "주요 기업들이 올해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전했다. /김영필·이종혁기자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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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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