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공 이어 노동개혁 착수한 영국, 한국은 구호만 외치고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가 노조 파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노동개혁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파업요건에 과반수 투표와 재적 40% 이상 득표를 신설하고 파업인력을 파견직으로 대체하도록 허용해 무분별한 쟁의행위를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피켓 시위를 벌이려면 경찰에 사전 신고하고 완장까지 착용해야 한다는 조항도 들어있다고 한다.

눈여겨볼 것은 영국이 경제여건이나 고용사정이 양호한데도 노동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고용률은 74%로 통계가 작성된 197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청년 실업자는 30만여명이나 줄어들었다. 성장률도 주요7개국(G7)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사지드 자비드 산업장관은 "근로계층의 삶이 파업으로 방해를 받는다. 이제 노조의 일하는 방식이 변해야 할 때"라며 개혁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물론 노동계와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개혁의지 앞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캐머런 정부로서는 공무원 10만명을 감축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이어 법안 제출 6개월여 만에 노동입법 완수라는 고지를 눈앞에 둔 셈이다.

세계 5위의 노동유연성을 자랑하는 영국도 노조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데 정작 우리의 노동개혁은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다. 정부는 입만 열면 노동개혁을 주창하지만 이제껏 아무 실체도 없는 정치적 구호에 머물렀을 뿐이다. 노동개혁 입법만 해도 야당과 노조에 밀려 무기력한 양보로 일관하면서 기껏해야 유명무실한 정부 지침만 덜렁 내놓고 성과라고 자부하는 모양새다. 이렇게 귀족노조의 눈치만 살피니 총선을 앞두고 반노동자당 심판이니 총파업이니 하는 터무니없는 소리가 판치는 것 아니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개혁 성패에 따라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거나 아니면 경제위기에 휘말려 글로벌 경쟁에서 영원히 밀려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