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젠트리피케이션과 창조계급-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최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우리 사회에서 논란과 이슈가 되고 있다. 이는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 지역이 상업지구·문화관광지구로 탈바꿈하면서 물가와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원주민과 세입자가 밀려나는 현상을 지칭하는 사회학 용어다. 가난하지만 열정과 끼가 넘쳤던 젊은 예술가들을 품던 공간이었던 홍대 주변과 서촌·북촌 등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도시 창조성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교수는 국제화와 정보화로 특징지을 수 있는 탈산업사회에서는 이윤창출의 원천, 즉 혁신의 창출과 확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중심으로 '창조계급(creative class)'이 부상할 것이고 이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지역과 국가 경제 성장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창조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과학자·건축가·디자이너·작가·예술가, 엔터테인먼트 종사자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창조적 작업을 통해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플로리다 교수는 '도시와 창조계급'이라는 저서에서 창조계급이라는 인재들로 도시와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Technology)·인재(Talent)·관용(Tolerance)이라는 세 가지 'T'가 조화를 이루고 모든 사람들이 창조적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도시의 경제 발전과 화가·연극인·시인·음악가·디자이너·영화인·연예인 등 보헤미안의 수가 정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보헤미안 지수'라고 명명했다. 오픈마인드의 아방가르드 보헤미안으로 불리는 사회집단이 있는 곳에 창조성도 함께 꽃핀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관용'의 부족으로 '젊은 인재'를 밀어내 창조계급의 성장을 가로막는 반(反) 문화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달부터 융복합 콘텐츠 전문 인재 양성기관인 문화창조아카데미가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문화창조아카데미는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인문사회 등 전 분야에 걸친 융복합과 협업, 아이디어 사업화를 지원하는 곳으로 학벌이나 연령·성별 등 모든 장벽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참여하고 첨단 과학기술과 콘텐츠의 융복합이 맘껏 펼쳐지는 열린 공간이다. 플로리다 교수가 강조한 기술과 인재, 그리고 관용이 모두 구현되는 창조계급의 요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화창조아카데미가 추구하는 '개방과 협업'이라는 철학과 비전이 지역과 국가 단위로 확산될 때 비로소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창조계급이 확산되고 이들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창조경제도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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