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분이 많을 것 같아 설명부터 올리자면, CCW는 이름 그대로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살던 스캇 콜로시모 CEO가 세운 회사입니다. 클리블랜드예술대학(CIA)을 졸업한 후 진공청소기 업체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콜로시모 CEO는 마침(?!) 회사에서 해고된 김에 친구와 손잡고 창업하기로 결심했죠. 원래도 탈 것을 좋아하던 인물이랍니다. 클래식 바이크를 주력으로 내세워 지금은 무려 23개국에서 바이크를 파는 제조사로 거듭났습니다.
전 CCW가 일단 예뻐서 꽂혔습니다. 게다가, 가격이 비싸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울프 클래식보다는 비쌉니다만(…)
CCW의 라인업을 한 번 볼까요. 더 많은 사진은 CCW코리아 홈페이지(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갑긴 한데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작고 쏠림 현상이 심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오지랖을 떨면서 지난 1월 29일~2월 14일까지 동대문 롯데피트인 쇼핑몰에 마련된 론칭 기념 팝업스토어를 찾아갔습니다. CCW코리아가 마련한 팝업스토어였죠.
이 때만 해도 관련 기사를 쓸 생각은 없었지만, 팝업스토어에서 본 바이크의 멋진 디자인에 반해 이런 저런 정보를 찾다 보니 두유바이크에서 한 번 파헤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달 초, 잠실의 CCW코리아 국내 1호 매장을 찾았습니다. 박형채 CCW코리아 대표님, 이대희 이사님과의 인터뷰를 미리 요청해 뒀었죠. 위치는 잠실동 양진빌딩 1층입니다. 멋진 매장이니 봄에 바이크 타고 한 번쯤 들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이날 정말 바빠 보였지만, 두 시간 가량을 할애하며 CCW의 모든 것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CCW에 대한, 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과 라이더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습니다.
왜 CCW를 들여올 생각을 했는지부터 궁금했습니다. 묻다 보니 박 대표, 이 이사의 과거(?)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먼저 이대희 이사님. 이사님은 모터사이클 경력 수십년의 베테랑이십니다.
이대희 이사 : 2000년대 초 ·중반까지 국내 출시된 어지간한 바이크는 전부 타 봤어요. 사실 대학교 시절에 용돈벌이로 관련된 일을 했거든요. 싸고 좋은 중고 바이크 매물을 사들여서 한동안 타다가 되파는 일이었죠. 이런 비밀을 누설해도 되나?(웃음) 이후엔 모터사이클 업계 지인들을 통해서도 꽤 많이 탔어요. 지금은 출시되지 않는 혼다의 CBR250, 스즈키 GSX-R 1100 같은 R차도 , 혼다 스티드·가와사키 발칸 같은 아메리칸 스타일 바이크도 골고루 타 봤죠. 1998년에는 사고도 당해봤어요.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든 자동차에 받혀서 무릎이 박살났죠. 다행히 다른 곳은 멀쩡했는데 무릎 수술만 세 번을 했어요. 지금도 왼쪽 무릎 인대가 아예 없어요.
이사님은 당시 사고로 6개월을 입원했고, 퇴원하자마자 바이크를 타고 귀가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진성 모터사이클 매니아입니다.
반면 박 대표는 CCW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 바이크와 전혀 인연이 없었습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경영을 공부하고 있던 학생이었죠.
박 대표 : 호주에서 같이 공부하던 ‘션’이라는 친구가 한국으로 와서 공부하게 됐어요. 어느 날 대화하는데 이 친구가 CCW 바이크를 좋아한다고, 한국에 들여오면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한국엔 이 가격대에 살 만한 바이크가 없다면서요. 그래서 2014년부터 둘이 국내 론칭을 계획했어요.
하지만 당초 박 대표의 생각과 달리, 2014년의 CCW는 이미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제법 큰 회사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2년 간 박 대표와 션의 분투가 이어졌죠. 둘은 미국 CCW 본사를 급습했습니다. 콜로시모 CEO를 설득해 한국에서의 사업권을 따낸다는 목표였죠.
박 대표 : 스캇 콜로시모는 ‘반쯤은 미쳐 있어야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에요. 완벽주의자 기질도 강하죠. 스캇이 디자인한 게 실물로 거의 100% 구현돼서 나와요. 그래서 션도 미친 척하고 2년 동안 CCW 본사에 죽치고 살았어요. 매일 본사 쇼룸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스캇이 왔다갔다 할 때마다 인사하고.
콜로시모 CEO는 원래 한국 시장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이미 자체 리서치를 통해 한국이 작은 시장이고, 다양한 바이크가 팔리기 어려운 시장이란 점을 알고 있었거든요. 하루 세 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엔 일하는 양반이다 보니 알 건 다 알고 있었다네요.
그런 콜로시모 CEO가 가장 우려했던 건, ‘한국 시장에서 망하면 어쩌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한국에서 CCW만의 브랜드 문화가 잘못 전파되는 걸 더 꺼려했습니다. 걸림돌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박 대표 : 한국에서 우리 말고도 CCW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어요. 본인이 모터사이클 광이기도 한 모 재벌가 자제였죠. 그룹 계열사를 통해서 CCW에 사업권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왔고, 스캇은 우리와 그쪽 두 군데 중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마지막에 스캇이 결정할 테니까 3일만 달라고 했어요. 그 얘길 듣고 션하고 둘이서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어요. 가서 우리 그동안 할 만큼 했다며 서로를 격려했죠.
3일이 채 지나기 전, 콜로시모 CEO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CCW 본사로 달려간 박 대표와 션은 2년 동안 고대하던 대답을 들었습니다. 둘은 환호성을 질렀겠죠?
그리고 박 대표는 모터사이클을 잘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건너 건너 소개받은 이사님이 합류하게 됐죠. 이사님 왈, “사실 그런 사업 국내에서 하면 안 된다고 설득하려고 왔다가 CCW의 브랜드 히스토리, 사업 계획에 반했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저는 애플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잡스느님(…)은 훌륭한 CEO였고,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미친 열정을 실현한 한 인간이었습니다. 콜로시모 CEO는 모터사이클 업계의 잡스라는 수식어(사실 본인은 누군가와 비교되는 걸 싫어할 것 같습니다만)에 어울리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CCW코리아를 론칭했는데, 이 척박한 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요. 다음 편에선 CCW코리아 팀의 야심찬 마케팅 전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