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두유바이크]<17>모터사이클계의 이단아, 클리블랜드 사이클웍스가 알고 싶다-1

지난 2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국의 젊은 모터사이클 제조사, 클리블랜드사이클웍스(이하 CCW)가 국내 론칭한다는 이야기였죠.

모르는 분이 많을 것 같아 설명부터 올리자면, CCW는 이름 그대로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살던 스캇 콜로시모 CEO가 세운 회사입니다. 클리블랜드예술대학(CIA)을 졸업한 후 진공청소기 업체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콜로시모 CEO는 마침(?!) 회사에서 해고된 김에 친구와 손잡고 창업하기로 결심했죠. 원래도 탈 것을 좋아하던 인물이랍니다. 클래식 바이크를 주력으로 내세워 지금은 무려 23개국에서 바이크를 파는 제조사로 거듭났습니다.


전 CCW가 일단 예뻐서 꽂혔습니다. 게다가, 가격이 비싸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울프 클래식보다는 비쌉니다만(…)

CCW의 라인업을 한 번 볼까요. 더 많은 사진은 CCW코리아 홈페이지(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확 들어왔던 모델, ‘더 에이스 스탠다드’입니다. 125cc, 250cc가 각각 389만원, 489만원입니다. /사진=CCW코리아우선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확 들어왔던 모델, ‘더 에이스 스탠다드’입니다. 125cc, 250cc가 각각 389만원, 489만원입니다. /사진=CCW코리아




‘더 에이스 스크램블러’는 125cc가 419만원, 250cc가 529만원. /사진=CCW‘더 에이스 스크램블러’는 125cc가 419만원, 250cc가 529만원. /사진=CCW


색감이 제대로 상큼합니다. ‘더 에이스 카페 레이스’는 125cc와 250cc가 각각 439만원, 559만원. /사진=CCW색감이 제대로 상큼합니다. ‘더 에이스 카페 레이스’는 125cc와 250cc가 각각 439만원, 559만원. /사진=CCW


다음으로 마음에 든 ‘더 미스핏’, ‘부적응자’라는 뜻이네요. CCW의 살짝 반항아적인 이미지를 담은 모델명 되겠습니다. 가격은 250cc가 569만원, 500cc가 719만원. /사진=CCW코리아다음으로 마음에 든 ‘더 미스핏’, ‘부적응자’라는 뜻이네요. CCW의 살짝 반항아적인 이미지를 담은 모델명 되겠습니다. 가격은 250cc가 569만원, 500cc가 719만원. /사진=CCW코리아


아메리칸 바이크가 취향인 분들을 위한 ‘더 하이스트’, 간지납니다. 125cc가 449만원, 250cc가 569만원. /사진=CCW코리아아메리칸 바이크가 취향인 분들을 위한 ‘더 하이스트’, 간지납니다. 125cc가 449만원, 250cc가 569만원. /사진=CCW코리아


110cc짜리 FX시리즈도 있습니다. /사진=CCW코리아110cc짜리 FX시리즈도 있습니다. /사진=CCW코리아


반갑긴 한데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작고 쏠림 현상이 심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오지랖을 떨면서 지난 1월 29일~2월 14일까지 동대문 롯데피트인 쇼핑몰에 마련된 론칭 기념 팝업스토어를 찾아갔습니다. CCW코리아가 마련한 팝업스토어였죠.

롯데 피트인에 마련됐던 CCW 팝업스토어/사진=CCW코리아 홈페이지롯데 피트인에 마련됐던 CCW 팝업스토어/사진=CCW코리아 홈페이지


이 때만 해도 관련 기사를 쓸 생각은 없었지만, 팝업스토어에서 본 바이크의 멋진 디자인에 반해 이런 저런 정보를 찾다 보니 두유바이크에서 한 번 파헤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달 초, 잠실의 CCW코리아 국내 1호 매장을 찾았습니다. 박형채 CCW코리아 대표님, 이대희 이사님과의 인터뷰를 미리 요청해 뒀었죠. 위치는 잠실동 양진빌딩 1층입니다. 멋진 매장이니 봄에 바이크 타고 한 번쯤 들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역에서 걷기는 애매하지만 바이크라면 OK지하철역에서 걷기는 애매하지만 바이크라면 OK


곧 다가올 라이딩 시즌을 준비 중인 CCW 매장곧 다가올 라이딩 시즌을 준비 중인 CCW 매장


두 분은 이날 정말 바빠 보였지만, 두 시간 가량을 할애하며 CCW의 모든 것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CCW에 대한, 뿐만 아니라 모터사이클과 라이더에 대한 열정이 묻어났습니다.

왼쪽부터 이대희 이사, 박형채 대표왼쪽부터 이대희 이사, 박형채 대표


왜 CCW를 들여올 생각을 했는지부터 궁금했습니다. 묻다 보니 박 대표, 이 이사의 과거(?)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먼저 이대희 이사님. 이사님은 모터사이클 경력 수십년의 베테랑이십니다.

이대희 이사 : 2000년대 초 ·중반까지 국내 출시된 어지간한 바이크는 전부 타 봤어요. 사실 대학교 시절에 용돈벌이로 관련된 일을 했거든요. 싸고 좋은 중고 바이크 매물을 사들여서 한동안 타다가 되파는 일이었죠. 이런 비밀을 누설해도 되나?(웃음) 이후엔 모터사이클 업계 지인들을 통해서도 꽤 많이 탔어요. 지금은 출시되지 않는 혼다의 CBR250, 스즈키 GSX-R 1100 같은 R차도 , 혼다 스티드·가와사키 발칸 같은 아메리칸 스타일 바이크도 골고루 타 봤죠. 1998년에는 사고도 당해봤어요.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든 자동차에 받혀서 무릎이 박살났죠. 다행히 다른 곳은 멀쩡했는데 무릎 수술만 세 번을 했어요. 지금도 왼쪽 무릎 인대가 아예 없어요.


이사님은 당시 사고로 6개월을 입원했고, 퇴원하자마자 바이크를 타고 귀가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진성 모터사이클 매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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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 대표는 CCW에 관심을 갖기 전까지 바이크와 전혀 인연이 없었습니다. 호주 멜버른에서 경영을 공부하고 있던 학생이었죠.

박 대표 : 호주에서 같이 공부하던 ‘션’이라는 친구가 한국으로 와서 공부하게 됐어요. 어느 날 대화하는데 이 친구가 CCW 바이크를 좋아한다고, 한국에 들여오면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한국엔 이 가격대에 살 만한 바이크가 없다면서요. 그래서 2014년부터 둘이 국내 론칭을 계획했어요.

하지만 당초 박 대표의 생각과 달리, 2014년의 CCW는 이미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제법 큰 회사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이 때부터 2년 간 박 대표와 션의 분투가 이어졌죠. 둘은 미국 CCW 본사를 급습했습니다. 콜로시모 CEO를 설득해 한국에서의 사업권을 따낸다는 목표였죠.

CCW CEO이자 디자이너, 때때로 모델까지 겸하고 있는 스캇 콜로시모CCW CEO이자 디자이너, 때때로 모델까지 겸하고 있는 스캇 콜로시모


박 대표 : 스캇 콜로시모는 ‘반쯤은 미쳐 있어야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에요. 완벽주의자 기질도 강하죠. 스캇이 디자인한 게 실물로 거의 100% 구현돼서 나와요. 그래서 션도 미친 척하고 2년 동안 CCW 본사에 죽치고 살았어요. 매일 본사 쇼룸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면서 스캇이 왔다갔다 할 때마다 인사하고.

콜로시모 CEO는 원래 한국 시장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이미 자체 리서치를 통해 한국이 작은 시장이고, 다양한 바이크가 팔리기 어려운 시장이란 점을 알고 있었거든요. 하루 세 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엔 일하는 양반이다 보니 알 건 다 알고 있었다네요.

그런 콜로시모 CEO가 가장 우려했던 건, ‘한국 시장에서 망하면 어쩌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한국에서 CCW만의 브랜드 문화가 잘못 전파되는 걸 더 꺼려했습니다. 걸림돌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박 대표 : 한국에서 우리 말고도 CCW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어요. 본인이 모터사이클 광이기도 한 모 재벌가 자제였죠. 그룹 계열사를 통해서 CCW에 사업권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왔고, 스캇은 우리와 그쪽 두 군데 중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마지막에 스캇이 결정할 테니까 3일만 달라고 했어요. 그 얘길 듣고 션하고 둘이서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어요. 가서 우리 그동안 할 만큼 했다며 서로를 격려했죠.

3일이 채 지나기 전, 콜로시모 CEO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CCW 본사로 달려간 박 대표와 션은 2년 동안 고대하던 대답을 들었습니다. 둘은 환호성을 질렀겠죠?

그리고 박 대표는 모터사이클을 잘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건너 건너 소개받은 이사님이 합류하게 됐죠. 이사님 왈, “사실 그런 사업 국내에서 하면 안 된다고 설득하려고 왔다가 CCW의 브랜드 히스토리, 사업 계획에 반했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저는 애플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잡스느님(…)은 훌륭한 CEO였고,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미친 열정을 실현한 한 인간이었습니다. 콜로시모 CEO는 모터사이클 업계의 잡스라는 수식어(사실 본인은 누군가와 비교되는 걸 싫어할 것 같습니다만)에 어울리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CCW코리아를 론칭했는데, 이 척박한 시장에서 어떻게 해야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걸까요. 다음 편에선 CCW코리아 팀의 야심찬 마케팅 전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질문과 댓글은 제발 환영합니다(?)질문과 댓글은 제발 환영합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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