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국채 보이콧'으로 러 돈줄 죄는 서방

'경제제재 취지 위반' 불이익 우려

美 이어 유럽은행들도 매입 꺼려

미국에 이어 유럽 은행들이 러시아 국채 매입을 꺼려 러시아 정부가 심각한 자금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는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줄어든 재정수입을 벌충하기 위해 3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기로 하고 미국과 유럽·중국 은행들과 접촉했다. 하지만 BNP파리바·크레디트스위스그룹·도이체방크·HSBC·UBS그룹 등 유럽계 은행들은 러시아 채권 인수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그룹·골드만삭스·JP모건체이스·모건스탠리·웰스파고 등 미국계 은행들도 러시아 국채 매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탈리아 은행인 유니크레디트와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은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소시에테제네랄은 러시아 거대 민영은행인 로스뱅크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이들 은행은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국채 발행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데 대해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한 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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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계 은행의 러시아 국채 ‘보이콧’은 정부 눈치보기 탓이 크다. 비록 경제제재에 러시아 국채매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자칫 경제제재의 취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당초 러시아 국채 매입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미국 정부의 경고를 받고 철회했다.

WSJ는 러시아 정부가 기댈 곳은 사실상 중국이 유일하지만 중국 은행들의 역량 부족으로 30억달러의 채권을 모두 소화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채를 어떤 은행이 인수할지는 이번주나 다음주 초에 결정될 예정이다. 다수의 러시아·중국 은행들의 참여는 확실시되지만 러시아 정부는 여전히 유럽계 은행들이 참여해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한 관리는 “30억달러의 자금 조달에는 유럽 은행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채발행에 실패할 경우 러시아 경제는 민간기업 위축에 정부지출 감소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7% 줄었으며 올해는 감소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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