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3년물 금리가 1년물보다 낮은 역전 현상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매파 적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국내 경제적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5bp(1bp=0.01%포인트) 하락(채권가격 상승)한 1.495% 마감했다.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1.5%)를 밑돌기는 지난 21일 이후 4거래일만이다. 반면 이날 1년물 금리는 1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5bp 내린 1.518%에 마감했다. 3년물 금리보다 2.3bp 높은 수치로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째 3년물과 1년물 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3년물의 만기가 1년물보다 길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아야 하지만 시장 상황은 반대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은 지난 2013년 3월25일~5월13일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지난해 3월31일, 올해 3월8~9일에도 금리가 역전된 적이 있지만 단발적 현상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을 두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4월에 기준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 관측이다. 금융통화위원 4명이 일괄 교체되는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음 달 금통위원회 정례회의는 4명의 금통위원의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19일 열린다. 임기를 하루 남기고 작년 7월 이후 8개월째 동결 기조를 유지해온 통화정책을 당장 바꾸기는 부담스럽다. 이주열 총재도 여전히 현 기준금리 수준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경제상황을 보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기도 녹록지는 않다. 대우증권은 2월 국내 산업생산이 전년 동기대비 1.5% 감소하고 3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특히 수출이 상반기 내내 상당한 경기 하강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여삼 대우증권 채권팀장은 “국내 경제지표 상황을 보면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니 남는 것은 리스크 관리다. 시장에서 만기가 짧아 금리 인하 전에 상환될 수도 있는 1년물보다 그나마 만기가 비교적 긴 3년물을 매수하면서 강세를 보이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현재 3년물 금리는 기준금리인 1.5%대에서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상황”이라며 “언젠가는 있을지 모르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채권금리를 유지 시키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면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을 매수함으로써 채권금리 하락에 베팅하는데, 국채선물은 1년물이 없고 3년물만 있다”며 “금리 역전 현상에 개의치 않고 계속 사들이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