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외톨이' 한국 조선사 1분기 수주절벽…中·日은 정부지원 '단비'

[핫이슈] 원군 없는 국내 조선업계

中 1%대 금리로 배값 90% 지원

日 자국발주로 버팀목 돼주는데

토종 조선사는 금융지원 제한적

"손발 다 묶고 수주경쟁 하는꼴"





“요즘 이란을 비롯한 해외 선주사들을 만나면 중국의 파격적인 금융지원 조건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면 금리 1%대에 배값의 90%까지 대출을 들고 오는데 한국은 어떤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선박 발주도 기술력이 아니라 금융 때문에 수주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 대형 조선소의 영업 담당자들이 전하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박 수주 분위기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금융지원을, 일본은 엔저를 등에 업고 최악의 조선업 불황을 헤쳐나가고 있다. 더욱이 중국에서는 자국 선사들이 3조원 규모에 이르는 물량을 자체적으로 발주해주는 등 어려움에 처한 조선사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조선소들은 업황 호전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천수답’ 영업으로 수주 절벽을 마주하고 있다. 과거 국내 공기업들이 조선사 구원을 위해 LNG선 등을 일부 발주해준 적은 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 끊겼다. 외톨이 신세라 할 만하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배를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채 1·4분기를 마무리한다. 그나마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현대삼호 포함)과 현대미포조선이 각각 5척과 1척 등 총 6척, 4억5,000만달러어치를 수주해 한국 조선소들의 전멸은 면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금액 38억달러에 비하면 급감했다.

수주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업황 악화에 따른 발주 감소다. 그러나 똑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경쟁사인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의 경우 자국 발주 물량과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회생의 기회를 찾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탱커·컨테이너·LNG선 등 중국이 수주한 배는 총 481척이었다. 뒤를 이어 일본이 379척, 한국이 270척이었다.


반면 한국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해운사들의 부실로 국내 발주량이 전무한데다 금융지원까지 제한적이어서 ‘손발 묶고’ 싸우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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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이란이다. 경제제재 이후 발주를 준비 중인 이란의 경우 배값의 95~100%까지 대출을 지원하는 금융패키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국영 금융기관을 통해 선가 대비 90% 이상의 대출을 1%대의 저리로 지원하겠다며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주사들은 선가의 20~30%를 자기자본으로 투입하고 나머지를 대출로 조달하지만 돈이 부족한 이란은 사정이 다르다.

이에 반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적자금 지원 가이드라인에 따라 계약금액의 80% 이상은 수출입은행 등이 지원할 수 없다. 국내 조선소 관계자는 “나머지 대출 부족분을 다른 민간은행에서 조달하려고 해도 리스크 관리 때문에 은행들이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이란 선박 발주시장에서 중국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 다롄 조선소의 고위 임원들이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이란의 국영해운사(IRISL)와 국영유조선회사(NITC)를 방문해 발주 관련 미팅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의 자국 발주는 불황 속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초 이마바리 조선소가 계열 해운사로부터 1만8,000TEU~ 2만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일괄 수주했다. 일본 해운사들은 엔저 덕택에 글로벌 용선료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선박 발주의 여유가 생겼다. 조선사 관계자는 “엔저가 선가 및 용선료 경쟁에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이마바리 조선소는 조선소 설비확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중국은 또 최근 중국원양운수(COSCO), 초상국그룹, 공상은행금융리스가 25억달러에 이르는 30척의 초대형 화물선을 자국 조선소 4곳에 발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의 자국 발주는 불황 속의 단비가 되고 있다”며 “이에 반해 국내 조선소들은 그나마 있는 선박펀드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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