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유럽 경제 불안, 중국 저성장, 자원가격 급변 등으로 세계 경제가 가시밭길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다. 국내 경제는 고령화 등으로 저성장이 정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소위 뉴노멀로 글로벌 경제의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에는 발상의 전환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은 성장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개방하다가 무역흑자로 전환된 1980년대 중반에는 전면적인 상품개방, 개방 1.0으로 대응했다. 1997년 외환 위기에는 외국인 직접투자 전면 개방인 개방 2.0으로 대응했다. 주요 산업이나 기업은 한국인이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완전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패러다임이 전환할 때마다 전면적인 개방으로 대응해 성공했던 것이다.
이제는 또 다른 생산요소인 기술과 관련한 연구개발(R&D)의 전면적인 개방, 즉 개방 3.0이 필요하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2013년 4.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차세대 생산혁명에 대한 준비를 갖춘 것으로 OECD가 평가하고 있다. 반면에 국제협력 분야는 매우 미진하다. 특허의 국제공저 비중, 과학기술의 국제협력 비중, 기업 R&D 비용의 해외조달 비중 등에서 한국이 최하위권인 것으로 OECD는 분석했다. 낮은 국제협력 수준이 R&D의 영향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다.
현재 다국적 기업은 글로벌 혁신플랫폼에서 모든 장소에서 다양한 외부자와 R&D 협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소위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되고 있다. 8조원 규모의 라이선스계약을 체결한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업체와의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국내 기업은 오픈이노베이션에 매우 소극적이다. 국내 기업은 자기의 능력만으로 혁신을 수행하고 있어 R&D에서 한계가 있는 것이다. 신성장동력의 발굴이 절실한 이 시점에서 R&D 개방을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지 않고서는 한국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담보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개방 3.0으로 기술의 창조 및 유통에 필요한 자원과 그 결과물을 외국인에게 개방하고 이에 필요한 인프라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인재와 자금 등의 기술자원·기술개발, 그리고 기술 유통에서의 개방과 더불어 기술 시장의 새로운 룰 정립도 절실하다.
선진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최근 41%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질 높은 상품을 요구하는 선진국에서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연구 개발 협력의 대상국이 주로 선진국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R&D 협력은 상품의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이들 국가와의 수출입도 증대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개방 3.0은 이외에도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우선 과학연구 및 기술의 질과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다. OECD가 국제협력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다음으로는 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되면서 R&D 및 기술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셋째로는 R&D 분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확대되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R&D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에게 국내 기업과 동등한 정도로 R&D를 개방한다면 다국적 기업이 한국 내에서 R&D에 대한 투자를 증대시킬 것이다.
다만, 기술유출과 같은 부정적인 효과가 우려되기는 하지만 이 같은 개방비용은 개방 3.0에 따르는 이익에는 훨씬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수입품의 국내시장 잠식, 외국인의 국내산업 장악과 헐값 매각과 같은 부정적인 우려가 있었지만 개방 1.0과 2.0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지 않았던가.
패러다임 전환에는 정책 조정만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고 발상의 전환과 혁신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개방 3.0으로 R&D의 효율성이 높아져 한국 경제가 새로이 도약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