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이용일 부장검사)는 필로폰을 밀수입한 탈북자 25명을 수사해 이 중 13명을 마약류 관리법상 향정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또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필로폰 약 810그램과 필로폰 투약에 사용된 돌비늘(운모) 53개를 압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모(53)씨를 비롯한 탈북자들은 중국에 거주하는 조선족들과 연계해 북한에서 제조한 필로폰을 중국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들여오는 수법으로 밀반입했다. 일반적으로 북한산 필로폰은 순도가 높아 ‘고품질·고가’ 제품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이용해 일부 탈북자들은 중국산 필로폰을 북한산으로 속여 팔기도 했다.
최씨 등은 두만강 접경 지역에서 북한 주민 또는 중국의 조선족·탈북자 등을 통해 필로폰을 구입했다. 이후 이들은 마약을 다른 상자에 숨겨 택배 또는 직접 들고 국내로 들여왔다. 일부는 다른 물건들 사이에 숨겨 인천항을 통해 배편으로 밀반입했다.
이같이 들여온 북한산 필로폰은 뛰어난 각성 효과로 인기가 높아 금세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일부는 치료 목적 등으로 필로폰을 투약하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필로폰을 진통제처럼 사용하고 경조사 때 서로 주고받기도 해 범죄 의식이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이 주인공인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강모(33, 여)씨는 필로폰을 투약하고 일주일 뒤에 방송에 나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해 7월 조선족 필로폰 밀수 조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탈북자들의 필로폰 밀거래 제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중국과 국경이 맞닿아 있는 북한의 지리적 인접성을 고려해 동북아 3성(길림, 흑룡강, 요녕) 거주 조선족들을 집중 수사했다.
검찰은 중국발 필로폰 압수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 지난 4월 편성한 검·경 마약수사 합동수사반을 중심으로 마약 확산 차단에 수사력을 모을 계획이다. 검찰은 “향후 마약 범죄의 중독성·위험성 홍보를 강화해 범행을 예방할 필요성을 확인했다”며 “탈북자들이 마약류 범행의 그늘에서 벗어나 보다 쉽게 우리나라에 정착하고 건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