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의 정보기술(IT) 혁명이 그랬듯 변화의 물결이 거셀 것입니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는 늘어날 겁니다.”
지난 12일 ‘서울포럼 2016’의 부대행사로 진행된 ‘한중일미래전략포럼’에서 미즈코시 유타카 보스턴컨설팅그룹 시니어파트너는 이같이 내다봤다. 로봇·AI·바이오 등이 이끌 ‘인더스트리 4.0’을 주제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일포럼에는 미즈코시 시니어파트너와 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 교수, 심현철 KAIST 교수, 슝이팡 이항 공동창업자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 테레사 셰 시노바이오제약 회장 등 동북아 3국의 산업 업그레이드와 전망을 진단할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날 진행은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연구소 최고경영자(CEO)가 맡았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에 가져올 변화, 특히 일자리 문제에 집중됐다. 앞서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2020년까지 로봇·AI가 500만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간된 바 있다.
이들은 “신기술의 부정적 영향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심 교수는 “로봇·무인자동차 등이 버스·택시를 모는 인간 운전사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10~15시간씩 매연을 마시며 운전해야 하는 힘든 작업을 기계에 넘겨주는 대신 더 나은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제조업 중에서도 판단력을 필요로 하거나 로봇에 맡길 수 없는 까다로운 작업, 무인자동차 운영 시스템을 관리하는 작업 등 새로운 일거리는 사람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들은 일자리 감소를 걱정하기보다 이들이 가져올 효과에 초점을 맞춰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셰 회장은 “제약·의료업계에서도 AI가 보다 정확히 암을 진단하고 의약품의 생산 효율성을 높여주는 등 기대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로봇 산업의 권위자인 이시구로 교수는 “인간의 감정까지 흉내내는 로봇을 만들어 치매 환자를 수발하게 하는 등 고령화 사회에서 로봇이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다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중국 드론산업의 선두주자인 슝 CMO는 “드론 기술을 활용한 ‘넥스트 빅 싱(The next big thing)’을 소개해달라”는 차 CEO의 요청에 “첨단 드론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이 점점 저렴해지고 있다”며 “무인 비행 택시, 이식수술용 장기를 신속히 전달해주는 드론 등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를 위해 더 용량이 크고 저렴한 배터리 개발이 선행돼야 하지만 삼성·LG 등이 관련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해낼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오는 2025년 AI를 각종 산업에 적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파급 효과를 연간 5조달러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벌어질 이 같은 변화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다. 심 교수는 “특히 한국의 경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나서야 뒤늦게 걱정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과 정책당국이 미리 동향을 파악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즈코시 시니어파트너는 “인더스트리 4.0 시대에는 다양한 첨단기술이 통합돼 제품·서비스로 만들어질 텐데 수많은 기술 제공자와 벤더들 중에서 누가 이를 통합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이미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지멘스 같은 기업들은 이 같은 역할을 노리고 있으며 다른 기업들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주희기자·김민정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