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정경수 익스트러스 대표 "모바일 보안시장 반드시 열린다는 신념으로 위기 버텨냈죠"

[CEO&STORY]

정경수 익스트러스 대표가 최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사이버 보안 시장에서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송은석기자정경수 익스트러스 대표가 최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사이버 보안 시장에서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송은석기자




외환위기 후 벤처서 솔루션 개발


창업하며 모바일 보안에 눈 떠

2010년 국내 첫 상용 MDM 출시

“자존심을 포기하고 무작정 찾아다녔죠. 얼굴에 깐 철판도 한 겹씩 두꺼워지더군요. 담당자들이 원하는 게 뭔지, 불만은 무엇인지 듣고 와 제품에 반영하다 보니 고객사가 하나둘씩 늘어났습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모바일디바이스관리(MDM) 솔루션을 개발한 모바일 보안 전문기업 익스트러스의 정경수 대표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아 사람들 앞에서는 말을 더듬기도 했다.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기도 전에 ‘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 그가 7년 전 창업을 하면서 적극적인 스타일로 확 달라졌다. 외환위기로 지난 1998년 구조조정의 아픔도 겪어봤고 이후 벤처기업들에서 연구개발을 하며 ‘반드시 내 사업으로 성공해야겠다’는 집념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금융·증권·백화점·홈쇼핑 등 분야를 망라하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90개 이상의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해외시장으로도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직원이 행복한 일터, 고객사와 투자자를 행복하게 하는 회사가 되는 게 꿈”이라며 창업 스토리를 가감 없이 풀어놓았다. 익스트러스는 국내 MDM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정보기술(IT) 보안 솔루션 전문업체다. 2010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상용 MDM 솔루션을 출시해 모바일백신·모바일PKI·모바일접근제어 등 모바일 보안과 관련된 다양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기 후 회사자금 빠듯했지만

기술력 앞세워 투자자 끌어모으고

유수 기업과 총판계약 잇단 성공



정 대표는 1998년 초 정보 서비스 업체인 현대정보기술에서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회사 측은 당시 프로젝트 투입 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기휴가를 명했다. “집안 형편이 녹록지 않아 마냥 놀 수는 없었죠. 벤처회사인 이니시스(현 KG이니시스)로 출근해 전자지급 결제를 대행하는 페이먼트 게이트웨이(Payment Gateway) 솔루션 개발을 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환란 사태는 그에게 길게 보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이니시스 개발팀장을 지내고 당시 한가족이었던 이니텍의 솔루션사업부장 자리를 맡으면서 지금의 익스트러스를 설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당시 영업, 프리 세일, 포스트 세일, 제품 개발, 프로젝트 관리 등의 업무경험이 창업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정 대표는 “여러 업무를 다 관장하며 경영에 대한 넓은 시야를 갖게 됐다”며 “그 후 보안기술연구소장을 맡아 미래기술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모바일 보안 시장의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2009년 창업 당시 스마트폰 시장은 태동기에 불과했다. 화면 터치 방식이 압력을 감지하는 전압식에서 현재의 정전기식(전류감지)으로 바뀌는 시기였고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선보였을 때였다.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예고되면서 자연스럽게 보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그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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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개인 사생활뿐 아니라 업무환경 자체가 모바일로 넘어갈 것으로 생각했다”며 “쇼핑은 물론 일반 결제나 송금·회사 업무 같은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이뤄지고 곧 모바일 보안 시장도 크게 열릴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모바일 보안 관련 업체들이 급성장하고 있었지만 내수시장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악화돼 기업과 공공기관이 보안 분야 투자를 꺼렸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예산을 늘리면서 IT 업계의 상황도 어려워졌다. 정 대표는 “언젠가는 시장이 열린다고 믿었다. 많은 고비가 있었지만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반드시 열린다’는 신념으로 버티던 그는 또 한번 뼈아픈 경험을 했다. 한 대기업 지주회사가 처음으로 MDM을 도입하겠다며 진행한 품질성능평가시험(BMT)에 참여해 1등을 차지했지만 회사 규모에 밀려 사업을 놓쳐버린 것이다. 그는 “크게 실망했지만 사업은 실력과 기술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수주에 실패한 정 대표는 회사 자금사정마저 빠듯해지면서 재무적 투자자를 찾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을 만나 상황부터 기술적인 부분, 어떻게 수익을 돌려드릴 수 있는지 등을 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다 말씀드렸습니다.” 당시 생활비도 집에 가져다주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6개월여 만에 익스트러스의 비전에 공감한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고 1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재무건전성을 확보한 정 대표는 영업 채널 확보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 삼성SDS의 IT 솔루션 자회사인 시큐아이와 총판계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 유클릭과도 판매계약을 체결했으며 회사의 영업 채널을 넓혔다. 그는 “우리 임직원들이 열심히 해준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시큐아이와의 협업이 지난해 회사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며 “능력 있는 IT 솔루션 기업들과 총판계약을 맺어 든든하다”고 전했다.

대기업·공공기관 등 90여곳 이어

페루 경찰차에 보안 솔루션 수출

일본·베트남·아프리카 등도 개척



내수판매가 안정되면서 지난해부터는 해외영업팀을 두고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서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격이 더 높은 해외시장에 나가면 출혈경쟁도 피하고 수익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대표는 “기술력으로는 해외 업체보다 수준이 높지만 가격은 3분의1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며 “내수시장에서만 경쟁하면 판매가를 낮출 수밖에 없지만 해외에서는 제대로 된 가격을 받아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게임을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가시적인 성과로는 오는 6월 중 남미 페루로 수출되는 국산 경찰차 1,200대에 자사 제품을 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페루에서는 경찰차 도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에 착안해 경찰 정보 수집을 막고 위치추적이 가능한 보안 솔루션을 적용한 것이다. 또 아프리카 지역의 공공기관에서도 결제 관련 솔루션에 대한 제의를 받아 최종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지난해보다 100% 이상 성장한 1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4년 뒤에는 현재의 가파른 성장속도를 감안할 때 3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점쳐진다.

정 대표는 “페루나 아프리카 외에 베트남·일본·두바이·인도·대만 시장에서도 총판을 통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인터넷 솔루션은 대부분 액티브X 기반이라 해외진출이 힘들었지만 모바일 등 스마트기기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나 iOS, 윈도 등 세 개에서만 잘하면 해외 어디서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경수 익스트러스 대표가 최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사이버 보안 시장에서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송은석기자정경수 익스트러스 대표가 최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사이버 보안 시장에서 내수뿐만 아니라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송은석기자


●He is...

△1970년 강원 △1996년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1998년 현대정보기술 연구원 △2002년 이니시스(현 KG이니시스) 개발팀장 △2009년 이니텍 연구소장 △2009년 익스트러스 창업

권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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