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사규, 제약 아닌 편의 위한 매뉴얼

KAIST 경영대학 교수

<21> 사규 왜 필요할까

인사·급여·복지 등 명확히 규정해놔야

불확실성 해소…법적 분쟁 방지 역할도

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




스타트업 초기, 창업 멤버들은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함께 보낸다.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 충분히 신뢰하고 있다. 회사 생활에 특별히 불편함도 없다. 부지런히 일만 하면 된다. 그러나 때가 되면 공개 채용으로 입사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신규 입사자 서너 명까지는 창업팀 문화에 섞여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 인원이 더 늘면 슬슬 소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생기게 된다.


“휴가는 어떻게 되는 거지? 다음달이 7월인데 여름휴가가 있나? 출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물어보기는 그렇고….”

“야근 식대는 저녁을 먹으면 무조건 주나요? 아니면 정해진 시간까지 근무하면 주나요?”

“먼저 있던 회사에서는 대리 마지막 연차였는데, 여기서는 승진 방식이 어떻게 되나요?”


“5만원을 키워드 광고비로 내야 하는데 대표님에게까지 말씀드려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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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궁금증이 생기게 되고 때마다 물어보고 확인하고 친한 사람들끼리 공유한다. 입사자가 계속 늘어나는데 이런 방식이 합리적일까. 이런 궁금증들을 미리 정리해놓으면 어떨까. 새로 입사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에 안내해줄 수 있다면 회사 적응 속도가 빨라지고 업무 효율도 높아질 것이다.

어느 정도 성장한 회사들은 문서를 가지고 있다. 회사 규정, 줄여서 ‘사규’라고 부르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은 인사, 급여, 복리후생, 퇴직금 규정 정도가 될 것이다. 왠지 형식적이고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어 스타트업 문화에 맞지 않을 것 같은가. 하지만 사람이 늘어가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 검토해볼 만하다.

첫째, 새로 입사하는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사규는 행동을 제약하는 규정이라기보다 회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매뉴얼이다. 휴가 기준은 어떻게 되고 경조사는 어떻게 처리하고 출장 가는 경우는 어떻게 비용 처리를 하는지 미리 정해놓은 것이다. 매번 물어보며 확인하는 것보다 한 번에 알면 편하지 않겠는가.

둘째, 나중에 있을지 모르는 법적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본의 아니게 회사와 직원 간 분쟁이 생길 수 있다. 대개 퇴직금, 야근 수당 같은 임금 지급이나 수습 기간, 휴가, 해고 사유에 대한 노동법 준수 여부가 이슈가 된다. 구성원과 회사가 규정을 공유하고 있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분쟁들이 적지 않다. 사규를 만드는 과정에서 회사는 근로기준법과 자사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고 노무 관계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떤 스타트업 대표는 ‘우리 회사에 규정 따위는 없다. 우리는 자유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대표는 그것이 자유로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어쩌면 직원들은 사안이 생길 때마다 대표의 눈치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 구성원들을 위한 자유가 아니라, 대표를 위한 자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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