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롯데케미칼 '성장동력' 美 화학기업 인수 왜 포기했나

신 회장 겨눈 檢 수사에 부담

3조원 육박 뭉칫돈 빠져 나가면 현금흐름 압박

롯데케미칼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미국 석유화학 인수를 사흘 만에 포기한 것은 그만큼 롯데그룹을 둘러싼 외부 환경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수장인 신동빈 회장인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상황에서 3조원에서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가 현금보유고가 많기로 유명한 기업이지만 뭉칫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 등에 따라 신용등급 하향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전부 인수에 이어 또 다른 ‘빅딜’에 나설 경우 단기 현금흐름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사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10일 공식 발표했다. 액시올사는 클로르 알카리(소금을 전기 분해해 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사업을 하는 미국 상장사다.


롯데케미칼은 사흘 전인 지난 7일 “매출액 기준 21조 원 이상을 달성, 글로벌 12위권의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겠다”며 액시올사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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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계자는 “액시올사 인수를 통해 부족했던 클로르 알카리 사업과 미국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려 했지만 최근 그룹이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과 인수경쟁이 과열된 점을 고려해 철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 허수영 사장은 “인수 계획 철회는 아쉬움이 크지만, 현재의 엄중한 상황을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롯데가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인수경쟁을 벌였던 웨스트레이크케미칼이 액시올을 품에 안았다. 웨스트레이크케미칼은 23억3,000만 달러(약 2조7,167억 원)에 액시올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이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당초 거론됐던 시장 가격인 2조원대 초반에 비해 5,000억원 이상 뛰어오른 금액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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