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FICATION
발사: 1990.4.24
중량: 1.11톤
운용고도: 약 545㎞
지구공전주기: 96~97분
이동속도: 2만8,000㎞
허블우주망원경은 1990년 가동된 이래 우주의 비밀에 한걸음 더 다가서려는 인류의 눈 역할을 해왔다.
지난 26년간 120만건 이상의 관측을 통해 보내온 우주의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담은 사진들은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마치 일러스트처럼 보이는 이 사진들 덕분에 연구자들이 태양계는 물론 먼 우주의 은하와 성운, 초신성, 블랙홀 등에 관한 이해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었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관측 자료를 토대로 발표된 논문만 약 1만3,000건에 달한다. 또한 이런 사진들은 일반인의 마음마저 사로잡아 우주탐사에 대한 열정을 촉발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한 가지 슬픈 소식은 허블우주망원경의 수명이 거의 다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2018년 발사될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NASA가 2020년까지 수명을 연장시킬 계획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왠지 울적해지나?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벌써부터 그럴 필요는 없다. 대신 그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걸작 중의 걸작들을 감상하며 허블우주망원경의 노고를 치하해보면 어떨까.
1. 천상의 불꽃놀이
● 피사체: 웨스터룬드 2 (Westerlund 2)
● 거리: 2만 광년
용골자리에 위치한 ‘웨스터룬드 2’ 성단의 모습. NASA가 허블우주망원경 발사 25주년을 기념해 작년 4월 공식 공개한 사진으로 약 200만년 전 태어난 3,000여개의 어린 별들이 발산하는 빛과 가스 성운이 마치 불꽃놀이와도 같은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됐으며 붉은색의 음영은 수소가스, 청록색의 대부분은 산소가스다.
2. 장미꽃 은하
● 피사체: 아프 273 (Arp 273)
● 거리: 3억 광년
2010년 12월 촬영된 ‘아프 273’ 은하. 허블 망원경 발사 21주년에 맞춰 공개된 것으로 지구에서 3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두 은하의 상호작용에 의해 한 송이의 멋진 장미꽃이 탄생했다. 아래쪽의 ‘UGC 1813’ 은하가 위쪽의 ‘UGC 1810’ 은하 주변을 지나가는 과정에서 중력의 조석력(gravitational tidal)에 의해 모양이 찌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먼 훗날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가 합쳐질 때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3. 블랙홀 제트의 충돌
● 피사체: NGC 3862 은하
● 거리: 2억6,000만 광년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I) 팀이 허블 망원경을 활용, ‘NGC 3862 은하’ 중심부에서 초거대 블랙홀의 제트(jet) 방출을 20년간 관측했다. 그 결과, 나중에 방출된 제트가 먼저 방출된 제트를 따라잡아 충돌하며 강한 빛을 내뿜는 현상의 관측에 성공했다. 이 사진은 이를 일러스트로 표현한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블랙홀에 물질이 유입되면 아래위 두 방향으로 플라즈마 제트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방출되며, 수천광년 동안 우주로 퍼져나간다. 제트에 포함된 뜨거운 물질들이 바로 우주전파의 원천이다.
4. 창조의 기둥
● 피사체: 독수리 성운 (Eagle Nebula)
● 거리: 6,500광년
‘독수리 성운’은 허블 망원경이 보내온 가장 유명한 우주사진의 하나다. 세 개의 기둥 모양을 가진 이 성운은 고밀도의 성간 먼지와 가스로 채워져 있어 수많은 별들이 탄생하는 인큐베이터가 된다. 그래서 ‘창조의 기둥(Pillars Of Creation)’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1995년 허블 망원경에 의해 처음 발견됐으며, 지난해 근적외선 촬영이 더해진 고해상도 버전이 공개됐다. 좌측 기둥의 경우 맨 아래쪽과 정상 지점의 거리가 약 4광년에 이른다.
5. 폭풍 속으로
● 피사체: 석호 성운 (Lagoon Nebula)
● 거리: 4,500광년
강력한 폭풍에 의해 이리저리 휘저어진 4,500광년 밖 ‘석호 성운’의 중심부. NASA에 따르면 궁수자리에 있는 이 성운의 중심부는 뜨거운 별과 가스 토네이도, 그리고 역동적인 별의 형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맹렬한 바람의 지배를 받고 있다. 중앙의 밝게 빛나는 부분이 ‘허셜 36(Herschel 36)’이라는 별이며, 그 주변의 성간 먼지 구름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허셜 36의 9시와 11시 방향에서 두 개의 회오리 기둥을 확인할 수 있다.
6. 짝퉁 초신성
● 피사체: 에타 카리나이 (Eta Carinae)
● 거리: 7,500광년
‘에타 카리나이(Eta Carinae)’는 7,500광년 거리의 쌍성계다. 태양 질량의 90배, 30배에 이르는 두 항성이 2억2.500만㎞ 거리에서 5.5년을 주기로 공전하면서 항성풍(stellar wind) 등의 형태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다. 특히 큰 항성은 매우 불안정하다. 항성으로서의 생명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1840년대 대폭발의 산물인 ‘호문쿨루스 성운’의 모습을 허블 망원경이 포착한 것으로 이 성운 속에는 태양을 10개 이상 잉태시킬 수 있는 막대한 양의 물질이 들어 있다. 천문학계는 이런 종류의 대폭발을 ‘초신성 사칭(supernova impostor)’ 현상이라 부른다. 폭발을 통해 죽음을 맞는 초신성과 매우 비슷하지만 사멸 직전에 멈추기 때문이다. 에타 카리나이의 실제 초신성 폭발은 약 100만년 후 일어날 것이라는 게 NASA의 관측이다.
7. 양털구름 은하
● 피사체: NGC 3521
● 거리: 3,500만 광년
세계적 천문학자 윌리엄 허셜이 1784년 처음 발견한 나선 은하 ‘NGC 3521’. 허블 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5년 완성된 이 사진에는 두터운 가스와 먼지 성운 속에서 빛나는 항성과 성단, 성간 먼지 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치 양털처럼 푹신해 보인다. 물론 일반 보급형 천체망원경으로는 커다란 거품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8. 사성계의 아우라
● 피사체: 디 카멜레온티스 (DI Chamaeleontis)
● 거리: 520광년
2015년 10월 촬영된 카멜레온자리의 ‘디 카멜레온티스계(系)’. 신비스러운 연무의 중심에서 두 개의 항성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항성이 두 개이니 쌍성계일까. 아니다. 밝은 빛에 가려져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디 카멜레온티스계는 두 개의 쌍성계, 즉 4개의 항성을 가진 사성계다. 생성된 지 약 1,000만년 밖에 되지 않은 어리디 어린 녀석으로 무수한 별들이 탄생하는 카멜레온자리의 세 곳 중 하나인 ‘카멜레온Ⅰ암흑운(暗黑雲)’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
9. 별의 지문
● 피사체: IRAS 12196-6300
● 거리: 2,300광년
올해 3월 공개된 이 사진의 중심에는 ‘IRAS 12196-6300’라는 방출선 별이 위치해 있다. 항성이 발산한 방출선이 스펙트럼 형태로 밝고 넓게 퍼져 있어 천문학계에선 이런 사진을 ‘별의 지문’이라 부른다.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하듯 주변을 밝게 비춰주는 빛 덕분에 별의 조성이나 화학적 성분을 비교적 용이하게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NASA에 의하면 이 항성은 중심 핵(core)에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지 않은 1,000살 미만의 유아기 별이다.
10. 대왕별
● 피사체: 피스미스 24 (Pismis 24)
● 거리: 8,000광년
우주에서 항성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평범한 걸까. 전갈자리 NGC 6357 성운의 중심에 위치한 산개성단 ‘피스미스 24’는 항성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곳에는 총 3개의 항성이 있다. 성운 바로 위쪽에 밝게 빛나는 것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밝은 ‘피스미스 24-1’ 항성은 질량이 무려 태양의 100배에 달한다. 참고로 천문학계는 항성의 최대 질량을 태양의 약 150배로 추정하고 있다.
11. 암흑물질로 충만한 은하
● 피사체: UGC 477 은하
● 거리: 1억1,000만 광년
허블 망원경이 올 4월 촬영한 물고기자리의 ‘UGC 477’은 전형적인 저표면밝기(LSB) 은하다. 우리은하나 안드로메다은하 등에 비해 매우 넓게 퍼져 있으며, 표면밝기가 밤하늘보다 최대 250배나 어둡다. 때문에 관측 자체가 극히 어렵기로 유명하다. 또한 UGC 477을 포함한 LSB 은하는 일반 나선은하와 달리 중심부에 많은 항성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주변에 다른 은하가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항성 형성의 씨앗이 되는 은하 간의 상호작용이나 병합이 적은 탓이다. 대신 이곳에는 다량의 암흑물질(dark matter)이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암흑물질 연구의 주요 타깃으로 주목받고 있다.
12. 원숭이 머리의 새 별
● 피사체: 원숭이 머리 성운 (NGC 2174)
● 거리: 6,400광년
2014년 촬영된 ‘원숭이 머리 성운’ 사진은 허블 망원경의 강력한 적외선 카메라 성능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성운은 새로운 별이 태어나는 장소로서 사진 좌측중앙부의 새 별이 성간먼지들을 밀쳐내며 80년대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허블 망원경이 이 정도인데, 100배나 성능이 뛰어나다는 JWST는 향후 얼마나 환상적인 사진을 보내올지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사진이기도 하다.
48억 2,800만km
허블우주망원경이 26년간 지구저궤도를 돌며 이동한 거리.
134억 광년
허블우주망원경의 역대 최장 관측 거리. 올 3월 관측에 성공한 ‘GN-z11’ 은하가 그 주인공이다. 빅뱅 이후 고작 4억년 뒤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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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U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
방출선 별 emission-line star.
LSB Low Surface Brightness.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JOSH HRA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