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011200)의 내년에 출범할 제3해운동맹 ‘디(THE)얼라이언스’ 승선작업이 9부 능선을 넘었다. 디얼라이언스 소속 해외 해운사 5곳(하파그로이드·NYK·MOL·양밍·K라인)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상선의 추가 가입 동의 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일본 K라인이 현대상선과 만나 긍정적인 답변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117930)의 동의만 얻으면 디얼라이언스에 승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15일 채권단과 업계에 따르면 이백훈 현대상선 사장은 이날 일본 도쿄의 K라인 본사에서 무라카미 에이조 K라인 사장과 디얼라이언스 추가 가입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무라카미 사장은 현대상선에 “현대상선의 추가 가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현재 소속된 해운동맹 G6와 한진해운이 있는 CKYHE의 멤버들이 재결합해 내년 출범하는 제3해운동맹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해운동맹에서 빠지면 현대상선은 경영이 정상화돼도 주요 항만 간 공동노선을 운행하지 못해 영업 무대를 잃게 된다. 지난 3월 KDB산업은행을 주축으로 한 채권단이 채무상환을 3개월 유예하는 형식의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조정과 함께 해운동맹 가입을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이달 채권단이 내건 조건 가운데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해운동맹 가입과 관련해서는 최근 2주 넘게 진척을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현대상선은 추가 가입하면 디얼라이언스의 유럽·미주 노선의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늘어난다는 점을 앞세워 회원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미 2일 서울에서 열린 G6 회의에서 독일 하파그로이드와 일본 NYK·MOL는 서면으로, 대만 양밍은 임원급이 구두 형태로 추가 가입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일본 K라인과 한진해운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날 현대상선은 일본 도쿄에서 K라인과의 담판을 통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면서 해운동맹 가입의 9부 능선을 확실히 넘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앞으로 한진해운의 동의만 받으면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해운동맹 가입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마무리하고 자율협약에 돌입하게 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현대상선이 채권단이 준 세 가지 조건을 마쳐야 하는 시한은 조건부 자율협약을 체결한 3월29일에서 3개월이 되는 오는 6월28일.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28일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가정 아래 다음달 18일 채권단의 출자전환 금액을 포함하는 2조5,2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일정을 공시했다.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는 청약예정일(18일) 10일 전인 다음달 4일까지 내야 한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28일부터 출자전환에 대한 의결과 서면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음달 4일까지 증권신고서를 낼 방침이다.
이 같은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는 한진해운이 늦어도 다음주께는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추가 가입에 대해 동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모든 조건을 만족해야 자율협약에 들어간다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한진해운도 현대상선의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규·이종혁기자 세종=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