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구조조정, 중소·중견기업서 배워라] 사재 쏟아붓고 주력계열사 과감한 매각…웅진 재건 밑거름으로

재기 성공비결 살펴보니

수산重 감원 않는 대신 일시 가동중단 '노사 고통분담'

대한전선은 오너 경영권 포기·외부전문가에 전권 내줘

웅진씽크빅 관계자들이 지난 4월4일부터 7일까지 열린 ‘2016년 볼로냐 아동국제도서전’에서 해외 바이어들에게 스마트 독서·학습 프로그램인 ‘웅진북클럽’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웅진씽크빅웅진씽크빅 관계자들이 지난 4월4일부터 7일까지 열린 ‘2016년 볼로냐 아동국제도서전’에서 해외 바이어들에게 스마트 독서·학습 프로그램인 ‘웅진북클럽’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웅진씽크빅


조선·해운 분야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벼랑 끝에 몰린 중소·중견기업들 중에서도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곳이 많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서는 ‘성공 케이스’를 통해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계는 구조조정 성공 사례로 수산중공업·웅진·대한전선 등을 꼽는다. 이들이 구조조정에 성공한 비결은 뭘까.

◇노사 간 통 큰 결단=유압 브레이커(암반 분쇄기)를 생산하는 수산중공업은 지난 2008년 키코(환 헤지 파생금융상품) 사태로 2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회사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내몰렸다. 정석현 회장은 1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막다른 궁지에 몰린 회사가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조합의 협력과 지원 때문이었다”며 “회사가 어려울 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노사 화합을 통한 공생”이라고 강조했다.


키코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고량이 2개월에서 6개월치로 늘어났다. 흑자부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정 회장은 노조위원장과 간부들을 만나 “회사 경비를 줄이기 위해 2개월간 공장 가동을 멈추자”고 제안했다. 대신 노조에 “절대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노조는 회사의 절박한 사정을 직원들에게 알리는 등 설득에 나섰고 직원들이 퇴직금을 정산해 출자하면서 상장폐지 위기도 모면할 수 있었다. 결국 회사는 어두운 긴 터널을 벗어났다. 노사 화합으로 위기를 극복한 수산중공업은 생산제품의 65%가량을 중국·중동·동남아 등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유압 브레이커를 국산화해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시장 점유율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너의 사재 출연, 과감한 사업 매각=웅진그룹 직원들의 명함에는 ‘또또사랑’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는 윤석금 웅진 회장의 경영철학을 명함에 담은 것이다. 윤 회장의 경영철학은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웅진그룹은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고 윤 회장은 자신의 사재와 자식들의 주식까지 팔아 회사에 쏟아 부었다. 웅진 사태 당시 검찰이 윤 회장의 세금 포탈과 비자금, 차명계좌 등의 의혹들을 제기했지만 결국 비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혼란 속에서도 직원들은 위축되지 않고 재기를 다짐할 수 있었다.


투자자와 채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흑자기업이었던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웅진케미칼(현 도레이케미칼), 웅진식품을 눈물을 머금고 매각했다.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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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은 법정관리 중에도 다음 먹거리를 고민했다. 당시 자신의 전공 분야인 웅진씽크빅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교육 플랫폼인 북클럽 사업을 구상했다. 위기 속에서 다음 기회를 엿보고 있던 윤 회장의 강력한 오너십은 웅진이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웅진씽크빅은 웅진북클럽 회원 수 30만명을 돌파하며 올 1·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웅진릴리에뜨 등 화장품 신사업도 1만명의 회원을 모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오는 2018년까지 사업을 할 수 없는 정수기 사업도 터키에서 시작했다.

◇외부 전문가 영입해 체질 개선=대한전선은 2012년 무리한 사업 다각화에 따른 후유증으로 채권은행단과 자율협약을 맺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채권단 지분매각 유찰과 거래소 주식매매정지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재기는 힘들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했다. 지난해 9월 대한전선을 인수한 사모펀드 IMM PE는 오너 가문 경영권을 포기하도록 하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경영혁신을 단행했다. 8년간 일진전기 대표를 역임한 최진용 사장을 과감하게 발탁해 기업 부활작업에 대한 전권(全權)을 준 것이다. 경영부실 요인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회사 재건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한때 2,500%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80%까지 떨어졌고 2009년부터 7년 연속 당기순손실이라는 기나긴 터널을 벗어나 올 1·4분기에는 1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서정명·강광우기자 vicsjm@sedaily.com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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