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한·몽골 FTA 추진] 韓 '자원 확보' 몽골 '러·중 의존 탈피'..."최적 경협 파트너"

급성장 10대 자원국에 車·식품 등 수출 확대 기대

유럽·중앙아시아·아시아 잇는 거점으로 활용도 가능

한국기업 45억弗 규모 14개 프로젝트 참여 MOU

미래산업 협력 강화...항공노선 확대 문제도 풀릴듯

제1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울란바토르 정부청사에서 한·몽골 정상회담 전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연합뉴스제1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몽골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전 울란바토르 정부청사에서 한·몽골 정상회담 전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연합뉴스


한국과 몽골이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위한 공동 연구를 시작하기로 한 것은 양국 경제가 상호 보완적 관계인 점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몽골은 인구가 약 300만명으로 우리나라가 볼 때는 수출시장으로서는 ‘미니마켓’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원’과 ‘기술·자본’의 상호 보완 관계에 따라 서로가 최적의 경협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사실상의 자유무역협정(FTA)인 EPA를 통해 교역·투자 자유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부국이나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내륙국이어서 교역과 투자에는 불리한 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지리적 여건을 반대로 생각하면 몽골에 투자하는 나라는 이곳을 유럽과 중앙아시아·아시아를 잇는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은 이 같은 장점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이미 몽골에 도로 등 인프라에 대한 많은 투자를 해놓은 상태다. 몽골과 EPA를 처음 맺은 곳도 일본이다.






자원부국인 몽골은 중국·러시아에 의존적인 교역을 개선하기 위해 외교적으로 ‘제3의 이웃’ 정책을 펴며 한국·미국·일본 등 경제강국과의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몽골은 수출의 80%, 수입의 3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석유제품 수요의 9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몽골과의 FTA는 우리나라로서는 몽골의 자원시장에 접근하는 문을 열게 되는 것이 가장 큰 효과로 기대되고 있다. 몽골은 광업생산이 국내총생산의 30.7%, 총산업생산의 67.2%, 총수출의 90%에 육박할 정도로 전형적 자원기반경제를 갖고 있다. 광물 개발 프로젝트와 인프라 건설 투자 등으로 지난 2011~2013에는 연평균 13.8%씩 성장했지만 2014년 이후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2017년부터 몽골 경제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어 인프라 등에 진출하기에는 지금이 적기다.

당초 몽골은 일·몽골 EPA에 대한 자국 내 부정적 여론으로 한국과의 EPA 추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공동 연구 개시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경제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미국·일본 등과 ‘제3의 이웃’ 정책으로 협력 다각화를 추진 중이어서 EPA 성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리 입장에서도 이번 협상은 구리(세계 2위)와 석탄(세계 4위)을 비롯해 풍부한 광물자원을 보유한 세계 10대 자원부국인 몽골 시장을 연다는 의미가 있다. 먼저 EPA를 체결해 몽골 시장을 선점한 일본과의 무역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풍부한 자원을 발판으로 2011∼2013년 연평균 13.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몽골은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부진을 겪고 있으나 내년부터 성장률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번 EPA가 성사되면 대몽골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식품·석유제품을 포함해 전자제품 등이 관세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석탄과 구리 등 몽골의 천연자원 수입 가격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EPA가 타결되면 교역·투자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우리 기업의 몽골 수출과 투자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동안 몽골이 제도적 기반 부족으로 투자의 불확실성이 컸는데 그런 불확실성이 없어진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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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 타결 전망을 밝게 하는 단초도 이번 한·몽골 정상회담에서 마련됐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몽골 측과 경제 분야 16건을 포함한 20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총 44억9,000만달러 규모의 14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를 추진하는 내용이 MOU에 담겼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와 몽골 에너지부는 ‘에너지 협력 MOU’를 맺고 발전 인프라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15억5,000만달러 규모의 몽골 제5발전소 프로젝트를 비롯해 타반톨고이 발전소(5억달러), 이동식 발전소(3억달러), 에르데네부렌 수력발전소(2억6,000만달러), 운드라항-초이발산 송전선로(1억1,000만달러) 프로젝트 참여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울란바토르 지역의 철도, 지역난방, 용수 공급 등 총 8억4,000만달러 규모의 사업 참여를 추진하는 내용의 MOU들도 체결됐고 한전은 몽골 기업 뉴콤(Newcom)과 ‘신재생사업 공동 개발 MOU’를 맺고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공동으로 사업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버스 170여대를 몽골에 공급하는 2,500만달러 규모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계약을 몽골 측과 체결했다.

보건의료, 문화산업, 정보통신기술(ICT) 등 고부가가치 미래산업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항공 노선과 취항 항공사를 늘리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항공노선 분야의 협력 관계에서 대해서도 논의했다”면서 “박 대통령의 몽골 방문은 아주 많은 선물을 가져온 방문”이라고 말했다.

/울란바토르=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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