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졸업 11개월만에 첫 직장 잡지만…60%는 1년3개월 만에 그만둔다

<통계청, 청년·고령층 부가조사>

취준생 10명중 4명 공무원 준비

취업난에 대학 휴학 갈수록 늘어

평균 49세에 퇴직…절반은 백수



#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학을 졸업한 윤모(28)씨는 지난해 중견 건설사에 취직했다. 졸업 후 1년여 동안 수십장의 자기소개서를 쓴 끝에 올린 쾌거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회사생활은 고되기만 했다. 평일 밤 11시 이후 퇴근은 기본이고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토요일에도 근무를 해야 했다. 윤씨는 “정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높지도 않다”고 한숨을 쉬었다. 결국 최근 윤씨는 취직 1년여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청년(15~29세)들이 첫 직장을 어렵게 구하지만 10명 중 6명은 1년 3개월 만에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현재 임금 근로자로 취업한 경험이 있는 청년은 399만4,000명이었다. 이들에게 졸업 후 첫 직장을 잡는 데까지 걸린 기간을 물었더니 평균 11.2개월로 조사됐다. 청년들이 졸업 후 약 1년 동안 ‘백수’ 상태로 지낸 후에야 첫 직장을 잡는다는 얘기다.


◇10명 중 6명 첫 직장 1년 3개월 만에 퇴직=어렵게 잡은 직장이지만 이 중 60%는 얼마 안 가 회사를 그만뒀다. 임금 근로자로 취업한 경험이 있는 청년 중 60.8%(242만7,000명)가 “첫 일자리를 그만뒀다”고 답했다. 지난해 63.3%에 비해 2.5%포인트 하락했지만 절대 규모는 여전히 높다.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 2.8개월로 지난해보다 0.2개월 늘어났다.

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근로여건 불만족이었다. 48.6%가 보수·근로시간 등 ‘근로여건에 불만족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청년들은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중시하지만 우리나라 기업 문화는 여전히 사생활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어 청년들이 이를 못 견디고 회사를 나간다는 지적이다. 취업이 안 돼 눈높이를 낮춰 회사에 들어갔다가 높은 업무 강도, 낮은 보수 등에 불만을 느껴 조기 퇴직하는 사례도 많다.


◇취준생 10명 중 4명은 ‘공시족’=청년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인 것으로 집계됐다. 취준생 65만2,000명 중 7·9급 등 일반직공무원 준비자는 39.3%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34.9%에서 4.4%포인트 상승했다. 다음으로 일반기업체가 21.5%, 기능 분야 자격증 및 기타 16.5% 순이었다. 일자리 안정성, 공무원 연금, 낮은 업무 강도 등으로 청년층 사이에서 공무원의 인기가 높아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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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난이 계속되며 대학 휴학생도 늘고 있다. 대졸자 중 휴학 경험자 비중은 44.6%로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대학 졸업까지 걸리는 기간도 4년 2.6개월로 1년 전보다 1.1개월 늘었다. 2012년 이후 5년 연속 사상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평균 49.1세에 퇴직…절반은 백수= 55~64세 취업 유경험자를 조사한 결과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만 49.1세로 나타났다. 이 중 50.2%만이 올해 5월 현재 일자리를 갖고 있어 나머지 절반은 백수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의 평균 근속기간은 14년 11.1개월로 지난해보다 1.7개월 증가했다. 10~20년이 전체의 29.3%로 가장 많았고 5~10년 19.3%였다. 30년 이상은 14.7%에 그쳤다.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는 ‘사업부진, 조업중단, 휴·폐업’이 30.6%로 제일 높았고 ‘건강이 좋지 않아서’ 19.8%, ‘가족을 돌보기 위해’ 13%,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9.6% 등이었다.

연령대를 높여 55~79세 응답자 중 61.2%는 장래에 일하기를 희망했다. 이유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가 58%로 가장 높았고 ‘일하는 즐거움’도 34.9%에 이르렀다. 이들은 평균 72세까지 일하기 원했고 희망 월평균 임금은 150만~300만원이 33.6%로 가장 많았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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