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이 9일 발표한 ‘빨라진 원화 강세로 수출 경기 더 불투명’에 따르면 지난 6월 23일부터 지난 4일까지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3.3% 높아졌다. 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5.1%), 브라질 헤알화(4.5%), 일본 엔화(4.3%)에 이어 네 번째로 상승 폭이 크다. 보고서는 국내 주식, 채권시장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계속 유입하면서 원화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4조2,160억원 어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최근엔 원화와 중국 위안화 간 연계성도 다소 약화했다. 지난 6월 초 위안당 180원 수준이던 원화는 이달 초에는 160원 대로 올라섰다. 위안화 약세에도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중국 증시나 실물경제 지표가 비교적 안정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등 불안요인이 존재하는 만큼 원화가 약세로 돌아설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디고 글로벌 금융불안이 재연되더라도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의 강세 폭을 확대하면서 외환 당국의 대응을 제한할 것이라고 봤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월 한국과 중국, 독일, 일본, 대만을 환율 조작과 관련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비교적 충분하고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보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원화절상 억제 노력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내수 확대를 통해 경기 회복을 꾀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줄여 원화절상 압력이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