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글로벌 현장에서] LNG 수입대국 한국, 美 셰일혁명 활용해야

백주현 주 휴스턴 총영사

대표적 청정에너지원 천연가스

미국산 등장에 우호적 시장 조성

경직된 규제 풀어 보급 장려하고

실익 극대화 위한 정책 마련해야

백주현 주휴스턴 총영사백주현 주휴스턴 총영사




지난 2월 미국 루이지애나의 시골 항구인 사빈패스에서는 국제 천연가스 시장 변동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이 있었다. 사상 처음 미국 본토에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LNG)를 선적한 화물선이 브라질을 향해 출발한 것이다. 6만톤의 적은 물량이었지만 이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소비국이자 수입국이던 미국이 이제는 반대로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전환하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유럽 전체보다 많은 천연가스를 소비하는 나라다. 불과 10년 전 전문가들은 미국이 가스 수요 증가분을 충당하기 위해 2015년경 연간 1억톤의 LNG를 수입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에 따라 미국에서는 서아프리카 등지에서 LNG를 들여오기 위한 수입시설 건설 붐이 일어났다.

지난 10년간 상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미국의 수요는 늘어났지만 셰일 혁명으로 쓸모없던 셰일 층에서 천연가스가 생산되면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천연가스가 풍부한 지역으로 변모했다. 무용지물이 돼버린 LNG 수입시설들은 미국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액화해 오히려 수출하는 용도로 전환됐다.

그 결과 첫 번째로 완공된 것이 사빈패스 LNG 수출 터미널이다. 필자는 6월 1,000에이커에 달하는 현장을 방문한 바 있다. 23조원이 투자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전체가 가동될 경우 연 2,700만톤의 LNG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 동시다발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시설들이 속속 완공되면 오는 2025년경 미국은 연간 8,400만톤의 LNG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산 LNG는 이미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상반기 유럽에 수출된 미국 LNG는 러시아에서 파이프라인으로 들여오는 천연가스에 비해 mmBtu(million metric British thermal unit·천연가스의 부피 단위로 1mmBtu는 약 25만㎉에 해당)당 1달러가량 저렴하게 공급됐다. 러시아 천연가스의 정치적 무기화를 우려하던 유럽 국가들에 대체재가 생긴 것이다. 세계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가장 높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현물 가격이 한때 과거에 상상도 못하던 4달러선까지 하락한 것도 미국산 LNG의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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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미 우리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내년부터 한국가스공사가 루이지애나산 LNG를 연 350만톤, 2019년부터는 다른 우리 민간 기업이 텍사스산 LNG를 연 220만톤 구입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연간 수요의 20%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6월 파나마 운하의 확장 개통으로 대형 LNG 선박의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운송비 부담도 줄어들었다.

미국산 LNG는 가격 경쟁력이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중동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의 에너지 수급구조를 다양화하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더구나 미국과 우리는 굳건한 동맹 관계이다. 유사시 이보다 더 안정적인 공급처를 찾기는 어렵다.

천연가스는 화석연료 중 가장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청정 에너지원이다. 엑손모빌은 2040년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천연가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 원유와 맞먹는 중요한 자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천연가스는 아직 주방용 ‘도시가스’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천연가스 발전소의 가동률이 40%를 밑돌고 석탄 사용이 늘어나면서 가스 소비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경직된 규제들이 천연가스 보급의 확대를 막고 있다.

이제 우리는 국제 천연가스 시장 변화의 호기를 잡아야 한다.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에너지 안보를 제고하고 더불어 청정 에너지의 비중을 높여 환경 개선도 도모하는 ‘일석삼조’를 위해 관련 정책의 정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정부가 가스 도입과 도매 시장을 2025년부터 민간에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동북아 천연가스 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조치이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백주현 주 휴스턴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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