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흔히 키가 크려나 보다라고 해석을 하죠.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이 꿈에 나타난다고 풀이를 하죠. 서양의 정신분석학적 해석으로 꿈은 성취되어야 할 소원 즉, 과거의 억압이 꿈으로 표출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억압된 무의식이 꿈으로 나타난다는 의미죠. 그렇다면 예술과 문학은 무의식과 의식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아볼까요”
10일 오전 송파도서관 아트홀에는 박홍순(사진) 작가의 ‘미술관에서 만난 심리학’ 첫 강의를 듣기 위해 1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심리학을 예술과 문학으로 풀어내는 이번 강좌에는 한여름 무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최근 치유와 힐링을 위한 심리학이 주목을 끌고 있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기도 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고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4년째다.
총 4강으로 이루어진 이번 강좌의 첫 강의 주제는 ‘마음의 주인은 누구인가’로 무의식과 의식에 대한 개념설명에 이어 미술과 문학에서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 작가는 슈빈트의 ‘죄수의 꿈(1836)’을 찬찬히 감상하면서 작가가 의도하는 인간의 무의식이 어떻게 묘사되어있는지를 풀어나갔다. “감옥에 갇힌 죄수가 쇠창살로 들어오는 빛을 보면서 상상을 하는 것이죠. 난쟁이가 무등을 타고 실톱으로 쇠창살을 자르고 여신이 공중부양을 한 채 음료를 따르는 장면에서 우리는 나가고 싶다는 죄수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요. 그러나 난쟁이의 등장은 현실적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뜻하며, 오른쪽 창살에 매달린 채 망을 보는 난쟁이를 통해 작가는 죄수의 불안한 마음을 그리고 있어요. 이성의 세계에서 허용되는 의식적인 행위 외에 외부의 시선이나 금기사항 등 사회적인 제도와 규범이라는 틀에 자신을 가둬놓으면 억압된 감정이 무의식의 세계로 가라앉게 되죠.” 인류역사에서 감성 대신 이성이 우위에 오른 시점부터 인간의 억압된 정서는 무의식 세계에 저장된다는 것.
박 작가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 강의’에 등장하는 무의식의 개념을 살펴보고 에른스트의 ‘아기 예수 체벌(1929)’ 델보의 ‘잠자는 비너스(1944)’ 다빈치의 ‘세례자 요한(1513)’ 달리의 ‘기억의 고집(1931)’ 등 미술작품과 카프카의 ‘변신’ 등 문학작품에 인간의 억압이 어떻게 묘사되어있는지를 설명해 나갔다. 그는 “요즈음 인기영합적인 심리학은 처세의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강좌는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프로이트등 정신분석의 토양을 바탕으로 이해하고 미술과 문학을 동반자로 삼아 작품 속에 숨겨진 심리학의 코드를 풀어볼 것”이라며 “나의 내면 깊숙이 내재된 심리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라며 강좌의 의미를 설명했다.
8월 한 달간 진행하는 이번 강좌는 1강 ‘마음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2강. ‘왜 불안하고 우울한가?’ 3강. ‘남자와 여자는 왜 다른가?’ 4강. ‘우리는 왜 지배하고, 복종하는가?’ 등으로 구성됐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는 고인돌 강좌의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