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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달빛 아래 와인 체험' 충북 영동-6·25 상흔 아는지 모르는지...풍광에 취한 달님은 쉬어가네

아물지 않는 '노근리사건' 상처 품은채

400m 절벽아래 초강천 흐르는 월류봉

폭포·울창한 숲 어우러진 물한계곡 등

천혜의 절경과 즐기는 와인한잔 매력

1,000살 먹은 영국사 은행나무도 장관

영동군 월류봉은 400m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초강천이 흘러 ‘달이 머물다 갈 정도로 아름다운 봉우리’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영동군 월류봉은 400m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초강천이 흘러 ‘달이 머물다 갈 정도로 아름다운 봉우리’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당시 노근리를 방어하던 미군 병력은 오키나와에서 급파된 부대였어요. 이곳 지리에 어두워 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요. 당시 임계리를 거쳐 산청·거창·함양으로 질러 다니던 산길이 있었습니다. 미군들이 그 산길을 도로로 착각하고 임계리 부락 밑에 대전차지뢰를 매설한 후 마을에 들어와 보니 주민들이 많았던거죠. 미군들은 (1950년)7월25일 해질 무렵에 주민들을 소개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밤이 됐어요. 그런데 그 무렵 딘 소장이 피란민을 가장한 인민군에 공격을 당했던겁니다. 그때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피란민을 통과시키지 말라는 지시가 미군 수뇌부에서 내려온 걸로 알고 있어요. 소개된 주민들은 하룻밤을 지새고 남쪽으로 피난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가로막기만 하던 미군들은 무차별 사격을 시작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3차 명령에서 무차별 사살 지시가 내려왔던 겁니다. 노근리유족회에서는 미군 생존자 50여명으로부터 사격 개시 명령에 관한 증언을 받아놨어요. 현장에 있던 미군 기관총수는 ‘차마 어린아이와 부녀자들을 죽일 수 없어서 공중으로 쐈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미군 전투기 조종사가 ‘왜 민간인을 폭격하라고 하느냐’고 항의한 기록까지 확보하고 있어요.”

노근리 참사 현장에는 사건 당시의 정황을 기록한 입간판이 서 있었고 터널 주위 총탄 자국에는 하얀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노근리 참사 현장에는 사건 당시의 정황을 기록한 입간판이 서 있었고 터널 주위 총탄 자국에는 하얀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충청북도 영동군의 물한계곡을 취재하고 영동 특산인 포도주를 만드는 와인코리아로 향하던 중 차장밖 오른쪽으로 쌍굴이 보였고 그 옆에는 ‘이곳은 노근리사건 현장입니다’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가속이 붙어 있던 차량은 현장을 지나쳤지만 우리는 노근리추모공원에서 차를 돌려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참사 현장에는 사건 당시의 정황을 기록한 입간판이 서 있었고 터널 주위 총탄 자국에는 하얀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여행이 좋은 경치와 풍경만을 구경하는 것이라면 노근리사건 현장은 글감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탄금대와 현충사, 문경새재와 양구 펀치볼 등 수많은 격전지와 역사의 현장을 섭렵하며 당대에 일어났던 사건의 의미를 여행의 기록 속에 녹여내왔다. 그래서 한국전쟁 초기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196명, 신원 불상 사망자 포함 400여명 등 무고한 양민이 사살된 이곳을 그대로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기자는 사건 당시 열살 소년이었던 양해찬 노근리유족회장의 연락처를 알아내 그를 인터뷰했다. 양 회장은 “나는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고 이후 발표된 사건내용은 대부분 내 기억 위주로 구성됐다”며 “우리가 미국 측의 배상을 거부한 것은 미국 측이 노근리를 특정하지 않고 한국동란 중 민간희생자 전체에게 배상하겠다는 식으로 포괄적인 제안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쓰라린 역사의 기억이 아물지 않고 있지만 영동군은 노근리를 포함해 풍부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노근리에 앞서 둘러본 황간면 원촌리에 있는 월류봉은 한천팔경(寒泉八景) 중 제1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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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400m의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초강천(草江川)이 흘러 ‘달이 머물다 갈 정도로 아름다운 봉우리’라는 의미의 월류봉(月留峯)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천팔경은 1경인 월류봉을 필두로, 사군봉(使君峯)·산양벽(山羊壁)·용연동(龍淵洞)·냉천정(冷泉亭)·화헌악(花獻岳)·청학굴(靑鶴窟)·법존암(法尊巖)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은 때에 따라 변하는 월류봉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충북의 설악’이라고 불리는 천태산 영국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가 있어 유명한 절이다.‘충북의 설악’이라고 불리는 천태산 영국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가 있어 유명한 절이다.


물한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충북·전북·경북 3도가 한데 모인 삼도봉과 석기봉 사이에서 발원하는 물한계곡은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를 지나 상도대리까지 12.8㎞를 흐른다. 특히 황룡사 인근은 폭포와 바위,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물한계곡 자락에서도 경관이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황룡사 입구에서 잣나무 숲까지 왕복 3.4㎞ 구간은 물놀이와 함께 산림욕도 즐길 수 있어 좋다.

이밖에 천태산 영국사의 은행나무도 찾아봐야 한다. ‘충북의 설악’이라고도 불리는 천태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영국사는 국내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가 있어 유명한 절이다.

영국사에는 5가지 보물과 1개의 천연기념물이 있는데 보물 제532호인 부도, 제533호인 삼층석탑, 제534호인 원각국사비, 제535호인 망탑봉 3층석탑과 천연기념물 제223호인 은행나무가 그것들이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은행나무로 수령 1,000살에 높이 31.4m, 둘레 11.54m에 이른다. 특히 서쪽으로 뻗은 가지는 땅에 닿아 뿌리를 내리고 또 다른 은행나무로 자라고 있어 신비함을 더 한다.

한국관광공사 김응상 세종충북지사장은 “충북은 바다가 없는 내륙이지만 맑고 깨끗한 산과 계곡에서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며 “특히 영동은 물한계곡 등 자연경관과 와인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여행지로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영동)=우현석 객원기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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