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운용사 '기관 자금 이탈'에 전전긍긍

국내 주식형펀드에 온 힘 쏟았는데...

에셋플러스 1조 넘게 빠져나가

한투밸류·트러스톤운용도 타격

채권형펀드 출시 등 대응책 분주



주식형 펀드에 주력했던 자산운용사들이 조 단위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자금 썰물’에 맞닥뜨렸다. 국내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히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등은 채권형 펀드 출시 등 새로운 시장 공략에도 나서며 분투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올 들어 총 운용자산(AUM)이 1조6,29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말 5조7,000억원대였던 AUM이 약 8개월 동안 28% 넘게 급감한 것이다. 총 142개 자산운용사 중 AUM 감소 폭이 최대다. 업계에서는 지난 1999년 투자자문사로 출발, 꾸준히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온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설립 이후 최대 고비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정도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AUM 감소 규모로 2, 3위를 기록했다. 마이다스에셋운용은 올 들어 1조742억원이, 한투밸류운용은 8,771억원이 빠져나갔다. 트러스톤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도 각각 7,178억원, 6,684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주력했다는 점이다. 에셋플러스운용의 전체 AUM 중 주식형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82%에 달한다. 박진성 에셋플러스운용 이사는 “빠져나간 자금 대부분이 기관 자금이고 특히 수익률에 민감한 변액보험 쪽 자금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이어 “기관들이 주식형 펀드 수익률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인덱스·채권형 펀드 쪽으로 많이 옮겨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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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는 0.37%의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약 5조8,349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국내 채권형 펀드와 해외 채권형 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각각 2.07%, 5.81%다.

올 들어 삼성전자 등 대형주 주도 장세가 이어진 점도 운용사에 타격을 줬다. 중소형 가치주 중심의 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한투밸류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금대기 한투밸류자산운용 상무는 “올 들어 빠져나간 8,700억여원 중 1,000억~2,000억원을 제외하면 모두 기관 자금”이라며 “현 시장 상황이 가치주와는 맞지 않다 보니 수익률이 부진해 자금이 이탈했다”고 설명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 회사의 ‘한투밸류10년투자’ 펀드는 최근 1년간 수익률이 -5.04%를 기록하고 있다. 금 상무는 “장세가 좋지 않다고 해서 투자 철학을 바꿀 수는 없다”며 “철학에 맞는 장세를 기다리면서 꾸준히 우량종목 발굴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셋플러스운용은 지난달 말 채권혼합형 펀드 5종을 신규 설정하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강 에셋플러스운용 회장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철학과 원칙이 튼튼한 운용사는 수익률이 부진해도 의연할 수 있다. 믿고 기다려준다면 온 힘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투자 철학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에셋플러스운용에 대한 신뢰를 당부하는 의미다. ‘브레인 백두’ ‘브레인 태백’ 등 헤지펀드 수익률이 올 들어 -10%대까지 내려간 브레인자산운용도 공모펀드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등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한편 올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10조1,959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8조7,239억원), 흥국자산운용(8조5,738억원) 순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식·채권·대체투자 등으로 다각화가 잘된 운용사들이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가장 많은 자금을 빨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다만 계열 보험사 등에서 자산 위탁을 몰아준 데 따른 영향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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