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10월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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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7일 태풍 관련 TV 뉴스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 ‘다나스’가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태풍과 만조 시간대 겹쳐…해일 피해 우려’가 당시 뉴스 자막이다. 다나스가 한반도에 직접 영향을 미칠 거라는 예보까지 곁들여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현지에서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각별한 대비를 당부했을 정도다.


철저한 대응 덕분인지 이튿날 태풍이 부산을 관통했지만 큰 피해는 없었다. 인적·물적 피해 모두 걱정만큼 많지 않아 빗길 교통사고로 수 명이 다치고 건물 외벽의 벽돌 파손과 가로수가 쓰러지는 수준의 피해 신고에 그쳤다. 이처럼 피해가 적었던 것은 15년 만에 찾아온 10월 태풍이어서 민관이 어느 때보다 바짝 긴장해 대비했기 때문. 실제로 10월 중 태풍이 한반도 육·해상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일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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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1904년 이후 한반도에 영향을 준 345개의 태풍 중 90% 이상이 7~9월에 집중됐다. 10월에 온 것은 10년에 한 번꼴로 지금까지 10개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10월 태풍은 대체로 온순한 편이다. 우리 귀에 익숙한 세스(1994년), 제브(1998년)도 초기에는 슈퍼급이었다가 남해상을 지나면서 약해져 한반도에는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았다. 특히 세스는 1명의 사망자가 생겼는데도 ‘효자 태풍’으로 기억된다. 당시 물 부족이 심각한 상태였는데 가뭄을 일시에 해소해준 ‘공로’를 인정받은 덕이다.

지난 5일 3년 만에 들이닥친 10월 태풍 ‘차바’로 제주와 부산·울산·경남 지역이 쑥대밭이 됐다. 인명 피해만도 사망·실종이 10명에 달한다는 잠정집계다. 현대차 울산공장 일부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산업시설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니 안타깝다. 차바의 위력이 이례적으로 커진 데 대해 기상 당국이 “평년보다 수온이 1도 정도 더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방심하다 당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인재(人災)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3년 전 다나스 때처럼만이라도 대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는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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