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라면 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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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국인 관광 전문 여행사가 외국인 VIP 관광객 680여명에게 ‘한국여행 후 고국으로 돌아갈 때 가장 가져가고 싶은 음식’에 대해 물었다. 결과는 의외였다. 불고기·김치는 뒷순번으로 처지고 라면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41%가 라면을 꼽았고 그 다음으로는 김(20%), 치맥(17%) 순이었다. 불고기는 15%, 김치는 단 8%에 불과했다.


라면을 꼽은 이유도 의외다. 생각보다 맵지 않고 맛도 있어 선물 주기 좋다는 것. 매운맛에 약한 외국인들의 이런 대답이 의아스럽기까지 하지만 그만큼 라면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그 종류만 100여종에 이른다. 추억으로 먹고 배고파서 먹던 기성세대에게는 한마디로 ‘라면의 반전’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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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식량 부족에 허덕이던 1960년대 쌀 대체품이자 구호품이었다. 한국 1호 라면은 1963년 9월 첫선을 보인 닭고기 맛 ‘삼양라면’. 일본 묘조(明星)식품으로부터 기술전수를 받아 일본보다 5년 늦게 제품화됐다. 당시 가격은 10원. 김치찌개 한 그릇이 30원, 꿀꿀이죽이 5원가량이던 시절이었다. 시판 초기에는 꼬불꼬불한 라면의 면발을 섬유나 실로 오해해 판매부진을 겪기도 했다. 그만큼 생소한 음식이었다.

그런 라면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이제는 세계 최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국의 한 방송사는 외국인들이 컵라면 맛에 반한 것을 보고 “미국의 햄버거에 필적하는 인스턴트 식품”이라고까지 평가했을 정도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올해 라면 수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8월까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나 급증한 1억7,500만달러.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2억6,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국도 미국·일본·중국 등을 넘어 이슬람 국가까지 확대됐고 한국 라면을 먹기 위해 인터넷 직구도 늘고 있다고 한다. 가난의 역사와 함께한 라면이 음식 한류의 선봉장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니 반갑고 뿌듯하다. /이용택 논설위원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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