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단독]농심, 즉석밥 손 뗀다

햇반 독주·후발주자 추월에

올 초 공장 가동 전면 중단

'햅쌀밥' 14년만에 철수 절차

생수사업 위주 '선택과 집중'





농심(004370)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내걸었던 즉석밥 시장에서 철수한다. 1인가구 증가로 즉석밥 시장이 올해 사상 최대인 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지만 CJ제일제당(097950)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후발주자인 오뚜기(007310)에도 주도권을 내주자 고심 끝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말 마지막으로 즉석밥 제품을 생산한 뒤 올 초부터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사실상 시장 철수를 위한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2002년 즉석밥 브랜드 ‘햅쌀밥’으로 시장에 진출한 지 14년 만이다.

당시 농심은 즉석밥을 라면과 스낵에 이은 3대 핵심 사업군으로 내걸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1996년 CJ제일제당이 ‘햇반’으로 즉석밥 시장을 개척한 뒤 성장세를 이어가고 일본 즉석밥 시장도 인기를 모으자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였다. 110억원을 들여 경기도 안양에 연간 3,6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전용공장까지 마련했지만 경쟁업체의 공세에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자 장고 끝에 생산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 관계자는 “즉석밥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건 맞지만 아직 사업 철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은 햅쌀밥의 공급이 올 3월부터 중단됐다는 점을 들어 농심의 즉석밥 시장 철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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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이 즉석밥 시장에서 손을 떼는 건 시장점유율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농심은 즉석밥 시장에 진출한 2000년 중반까지만 해도 한때 점유율 20%대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뒤이어 시장에 뛰어든 오뚜기에 2위를 뺏긴데 이어 2007년에는 동원F&B(049770)에도 자리를 내줬다.

2008년에는 고급 품종 고시히카리를 사용한 신제품으로 반격에 나섰으나 벌어진 격차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마트(139480),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까지 자체브랜드(PB)로 즉석밥 시장에 가세하면서 점유율은 한자릿수로 추락했다. 올 들어 농심의 즉석밥 시장점유율은 0.1%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농심이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 경쟁력에서 실패했다는 점을 꼽는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햇반을 따라잡기 위해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즉석밥 자체만으로 승부하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오뚜기가 가격 공세에 나서고 동원F&B가 대형마트 PB상품으로 과감하게 눈을 돌리며 판매처를 다변화한 것도 농심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돌아왔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시장 1위라는 강점을 앞세워 즉석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과적으로 종합식품기업과의 경쟁에서 판정패를 당한 셈”이라며 “즉석밥 대신 농심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한 생수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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