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잠룡들 운명 가를 '게임의 법칙'...경선룰 전쟁 시작됐다

더민주 첫 스타트..."TF 꾸릴 당직자 추천을" 각 캠프에 공문

文 대세론 속 '뻔한 경선되면 본선서 힘들어져' 위기감 공유

결선투표제·국민배심원제 등 다양한 대안 놓고 저울질 나서





대선의 숨겨진 핵폭탄인 대선 후보 경선 룰 전쟁이 시작됐다.


대권 후보 경선 룰은 신화를 만들기도 했고 당 내홍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2002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참여경선 도입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대선 주자로 등극해 승리했고 2007년과 2012년 여야는 경선 방식 논의 과정에서 유불리를 놓고 계파 싸움이 불거지며 친노와 비노, 친박과 친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1년2개월 앞둔 현재 대선 후보 경선 방식에 대한 논의를 먼저 시작한 모양새다.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1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각 대권 주자에게 ‘경선 룰을 논의할 당직자를 추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야권 주자로서 확고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더민주 경선 룰 논의의 핵심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후발주자들이 ‘들러리’가 아닌 ‘주연’으로 활약할 수 있는 게임의 법칙을 만드는 데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재인 전 대표 측에서 당 대표 선거 대신 대선에서 뛰어달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표 역시 뻔한 경선 방식으로 ‘대세론’이 굳어진다면 본선에서 힘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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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8·27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당심과 민심이 ‘친문’ 일변도로 재확인되면서 경선 룰 논의 과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전 대표가 온라인 권리당원을 바탕으로 당심에서 앞설 가능성이 높은데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현격한 차이로 1위를 기록하면서 경선 룰의 지독한 갈등 지점이었던 ‘당심과 민심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이미 ‘구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은 당비를 납부한 당원과 경선에 참여한 일반 국민의 표에 가중치를 두지 않고 모바일 투표를 강화해 문제가 됐다”며 “지금 상황으로는 당원에 가중치를 두든, 모바일 투표를 늘리든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모바일이나 온라인 투표를 통해 일반 국민의 참여를 늘리는 방식은 원하지 않는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팔로어 수가 문 전 대표보다 많기는 하지만 열정이나 조직력은 문 전 대표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대·문(이대로 가면 결국 문재인)’ 논란을 깨기 위한 다양한 경선 방식이 논의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대다수의 관측이다. 이에 결선투표제와 국민배심원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선투표제는 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 과정에서도 처음에는 반대하던 문 전 대표 측이 수용하면서 적용된 바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50% 이상의 득표를 올리면서 결선투표는 시행되지 못했다. 2012년 대선에 비해 무게감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등장한 현재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결선투표 기준을 과반이 아닌 그 이상으로 높여 결선투표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열한 검증대를 거칠수록 문 전 대표 입장에서도 항상 발목을 잡았던 경선불복과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 등을 포함한 배심원단을 편성하고 공개토론 후 투표를 하는 숙의배심원제와 국민배심원제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인지도보다 정책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배심원단과 같은 숙의기구가 경선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1년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당시 박원순 후보 측은 TV토론 후 배심원단평가제도를 30%의 비율로 도입한 바 있다. 당 조직 세력이 없던 박 시장이 민주당의 거대 조직력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이 배심원단제도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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