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취재차 지역을 다니다 보면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지자체의 관광사업 분야가 급변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모든 지자체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곳들이 과일·채소에서 곤충에 이르기까지 자기 고장의 특산물을 울긋불긋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모형으로 만들어 치장을 해놓거나 쓸데없는 나무데크를 등산로 위에 깔아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이런 치장물은 주위의 모습과 심한 부조화를 연출한다. 자연은 원래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데 자꾸 거기에 인공미를 입히려다가 경관을 망치고 마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런 치장물을 조성할 돈이 있으면 차라리 바닷가에 쌓여 있는 스티로폼이나 들판에 널려 있는 검은 비닐을 청소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지만 오히려 파괴된 자연을 되살려 부가가치를 창출한 지자체가 한 곳 있으니 그곳이 바로 경기도 포천시다.
교통체증이 심한 서울을 벗어나기 위해 사위에 온통 어둠이 깔린 시간에 집을 나섰지만 포천아트밸리에 도착하니 오전8시가 가까웠다. 아트밸리 안에 있는 폐채석장에 물을 채워 만든 수변무대 천주호로 들어섰다. 채석장의 석벽은 병풍처럼 사방을 둘러싸고 그 아래에 담긴 물은 검푸른 빛깔이 25m의 수심을 암시한다. 산길을 넘어 호수공연장으로 가면 수변무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오른편 잔디밭으로는 조각공원의 작품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트밸리는 지역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애초 이곳은 부도난 채석장이었다. 이상근 아트밸리소장은 “지난 2003년 채석장을 복구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나왔더니 웅덩이에 넘실대는 물이 에메랄드빛이었다”며 “당시 포천군수께 건의해 용역조사를 마친 후 2009년 완공을 봤다”고 말했다.
폐채석장에서 호수공연장으로 새롭게 탄생한 아트밸리는 호수공연장 외에 천문대와 조각공원·천체관측실 등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다. 매주 토·일 오후2~5시에는 다양한 공연이 진행돼 볼거리를 제공한다. 포천아트밸리 홈페이지(www.artvalley.or.kr) 참조. 신북면 아트밸리로 234.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1,500원.
포천을 대표하는 또 다른 관광지는 한탄강 둘레길로 우리나라 최초의 지질공원이다. 북한 지역에서 발원한 한탄강은 총연장 140㎞로, 남한 지역에서 85㎞를 흐르고 그중 포천시 경내를 흐르는 구간이 40㎞에 달한다. 강줄기를 이어가며 ‘한탄강 8경’이 있는데 1경이 대교천 현무암협곡, 2경 샘소, 3경 화적연, 4경 멍우리 주상절리, 5경 교동가마소, 6경 비둘기낭, 7경 구라이골, 8경 아우라지 베개용암이다. 이 일대는 육지에서 유일하게 현무암을 볼 수 있는 곳으로, 50만년~13만년 전 북한 지역 오리산(해발 680m)에서 11차례에 걸쳐 화산이 분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탄 8경은 모든 곳이 아름답지만 그중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은 6경 ‘비둘기낭폭포’다. 옛날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살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은 비둘기낭 폭포는 평지보다 밑에 있어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볼 수 있다. 평지에서 쏟아지는 물이 소를 만들었고, 그 깊이가 25m에 달하는데 이는 아파트 9층 높이다.
한국전쟁 때 마을 사람들이 피난처로 사용했고 1980년대까지는 군인휴양소로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일반의 출입이 금지됐고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로 간간이 노출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까닭에 지금도 폭포 아래로 내려가려면 사전에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둘기낭폭포는 용암분출에 따른 침식기준면의 변동과 수계발달의 상호작용, 용암대지 내의 폭포 발달과정을 알 수 있는 독특한 지형으로 지질학적 가치가 크다.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김명숙 해설사는 “옛날 어른들은 밤에 횃불을 들고 내려가면 잠든 비둘기를 한 바구니씩 잡아와서 먹기도 했다”며 “폭포 밑에는 물고기도 많아 냄비로 물을 떠 고추장만 풀면 매운탕이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캠핑사이트와 돔하우스 야영을 위한 편의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영북면 비둘기낭길 108. /글·사진(포천)=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