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전시관·작품의 '절묘한 조화'…부산 비엔날레 관람객 홀리다

폐공장 개조해 만든 전시공간

설치작품과 어울려 관람객 호평

전시 44일차 기준 방문 관객수

작년 동기비 14%↑"성공" 評

고려제강의 옛 수영공장을 개조한 ‘F1963’의 장소적 특성을 활용한 네덜란드 작가 조로 파이글의 ‘양귀비(Poppy)’는 부산비엔날레의 최고 인기 관람작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고려제강의 옛 수영공장을 개조한 ‘F1963’의 장소적 특성을 활용한 네덜란드 작가 조로 파이글의 ‘양귀비(Poppy)’는 부산비엔날레의 최고 인기 관람작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




‘2016 부산 비엔날레’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일단은 성공작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3일 개막해 총 89일간의 일정 중 절반 이상을 지난 ‘2016 부산비엔날레’는 전시일정 44일차 집계 기준 관람객 18만3,000여 명이 찾아 작년 같은 기간(16만명) 대비 14%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장 개조해 전시 성공=부산비엔날레가 활기를 띠는 데는 옛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F1963’의 역할이 컸다. 지난 2008년까지 와이어로프 생산지였던 폐공장은 산업현장의 역동성과 역사를 간직한 내부를 그대로 살려 1만650㎡(3,220평)의 전시공간으로 변신했고 23개국 56팀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는 조선소를 활용한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의 아르스날레,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 비행기 격납고를 탈바꿈시킨 중국 유즈미술관 등 지역 유산을 재생의 기반으로 이용한 사례에 견줄 만하다.

현대적 소재를 전통화법으로 표현해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재록 작가의 경우 자동차 엔진을 이용한 설치작품과 ‘공장’이라는 전시공간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그 옆에는 분수처럼 솟아나온 먹물이 구(球)를 뒤덮고 이것이 검은 거울처럼 관객을 비추는 저우원도우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묵향을 풍기며 장 작가의 그림과 조화를 이룬다. 네덜란드 작가 조로 파이글은 천장의 낡은 나무 트러스트 구조에 모터를 매달아 지름 9m의 붉은색 원형 천막이 치마자락 펼쳐지듯 꽃을 피우고 지는 작품 ‘양귀비(Poppy)’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맥주 바와 커피숍, 도서관과 공연장까지 구비한 데다 천장이 뚫린 중정에서는 주말마다 행사가 열려 북적인다.

끊임없이 솟아나는 검은 먹물이 관객 자신을 반추하는 거울로 작용하는 저우원도우의 설치작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끊임없이 솟아나는 검은 먹물이 관객 자신을 반추하는 거울로 작용하는 저우원도우의 설치작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



◇비엔날레의 미래상=이번 부산비엔날레는 윤재갑 전시감독이 기획해 F1963에서 열리는 국제현대미술전 ‘프로젝트2’ 외에 부산시립미술관에서 한·중·일 3국 아방가르드 미술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1’과 학술행사인 ‘프로젝트3’으로 나뉜다. 미술사적 의미가 큰 동북아시아 3국의 1950~1960년대 미술을 처음 한 자리에 모은 ‘프로젝트1’은 비엔날레의 주된 역할인 논쟁적 담론을 당장 제시하지는 않지만 현대와 직결되는 미술운동이라는 점에서 ‘교과서’격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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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해 보이는 스테인레스 소재 미래도시의 허망함과 불안함을 표현한 설치작품이 지난 9월 경주지진으로 60%가량 변형돼 작가 에노키 추가 급히 내한해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견고해 보이는 스테인레스 소재 미래도시의 허망함과 불안함을 표현한 설치작품이 지난 9월 경주지진으로 60%가량 변형돼 작가 에노키 추가 급히 내한해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


지난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과 관련한 일화도 입소문을 타고 돈다. 일본작가 에노키 추가 지진을 경험한 후 완벽해 보이는 기술력의 허망함을 깨닫고 제작한 스테인레스 소재의 미래도시 설치작품 ‘RPM1200’이 지진 여파로 쓰러지고 흔들리는 등 60% 정도가 변형된 것. 자연재해는 오히려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했고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3일 부산 F1963열린 ‘비엔날레톡’에서 김은영(오른쪽부터)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하석원 부산비엔날레 사무처장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지난 23일 부산 F1963열린 ‘비엔날레톡’에서 김은영(오른쪽부터)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하석원 부산비엔날레 사무처장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


한편 지난 23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2016 미술주간’의 일환으로 F1963에서 파티와 공연을 섞은 ‘비엔날레 플레이그라운드’ 행사가 열렸다. 이날 서울·광주·부산 비엔날레의 주요 관계자가 참석한 ‘비엔날레 톡’은 전국적으로 10개 이상 난립한 비엔날레의 미래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했다.

앞서 예술경영지원센터 초청으로 방한해 다양한 비엔날레를 돌아본 아나이스 아게레 빅토리아앨버트미술관 국제교류부 디렉터의 “여러 도시의 비엔날레가 독립적인 행사로 경쟁하기 보다 협력을 통한 상생이 관건”이라는 조언이나 카타르 도하 구도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건축가 마이클 모제시앙이 “미술관 뿐 아니라 기업, 지역과 연계해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예술 뿐 아니라 도시에 대한 경험으로 연결되면서 비엔날레의 정체성을 형성할 때 경쟁력을 갖는다”는 제안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산비엔날레는 F1963(고려제강 수영공장), 부산시립미술관 등지에서 오는 11월30일까지 열린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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