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재계에서 ‘미국통(通)’으로 알려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선친인 김종희 한화그룹 선대 회장 때부터 대를 이어 한미친선협회를 이끌면서 미국 정·재계에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재계는 특히 에드윈 퓰너 미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이사장과 김 회장과의 각별한 인연에 주목하고 있다. 퓰너 이사장은 지난 8월 트럼프 선거운동본부에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참여해 한반도 정책 등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아웃사이더’로 통한 트럼프 당선자 곁에는 지한파(知韓派)로 분류되는 인물조차 거의 없어 퓰너 이사장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주도권을 쥐고 상당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1971년 처음 방한한 뒤 이후 100차례에 걸쳐 한국을 찾을 정도로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인사로 알려져 있다. 2002년에는 양국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 정부에서 수교훈장 광화장을 받기도 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퓰너 이사장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직접 나서 극진히 대접하며 오랜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달에는 한국을 찾은 퓰너 이사장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따로 만남을 갖고 양국 경제문제와 한반도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헤리티지 재단은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데 2011년 워싱턴 헤리티지 빌딩에 김 회장의 이름을 딴 ‘김승연 컨퍼런스센터’가 문을 열 정도로 한화와 헤리티지재단의 우호 관계가 깊다”며 “한화의 미국 진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를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 등에서 미국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자동차소재 사업 분야에서도 인수합병(M&A)을 통한 미국 진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와 별도로 트럼프 당선자의 와튼스쿨 동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는 1968년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했다. 국내에서는 LG가(家)의 구본걸 LF 회장과 안용찬 애경그룹 부회장, 이민석 ㈜한화 무역 부문 대표 등이 와튼 출신 경영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와튼에 대한 프라이드가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미국 비즈니스에서 와튼 출신이 각광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