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컴퓨터 마우스의 탄생





옛 관리나 선비들은 문방사우(文房四友)를 끼고 살았다. 당연하다. 종이와 붓, 먹과 벼루(紙筆墨硯·지필묵연) 없이는 사무도 학문도 불가능했으니까. 문맹이 거의 사라진 오늘날에도 신(新) 문방사우의 위력은 여전하다. 신 문방사우 없이는 일과 학문이 더욱 어려워졌다. 컴퓨터와 모니터, 키보드와 마우스가 바로 신 문방사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스마트 폰을 추가해 신 문방5우의 시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사무와 공부의 도구인 신 문방사우 가운데 가장 활용 빈도가 높은 것은 무엇일까.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키보드 아니면 마우스. 둘 다 예전의 ‘붓’에 해당되지만 마우스는 그야말로 창조적 아이디어의 소산이다. 키보드는 타자기 시대부터 내려온 반면 마우스 사용이 본격화한 것은 개인용 컴퓨터 보급이 크게 늘어난 1980년대 이후부터. 마우스는 새로운 현상과 문화를 낳은 신발명인 셈이다.

역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한 것도 값싸고 성능 좋은 마우스 보급 덕분이다. 마우스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컴퓨터는 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 수많은 명령어를 외우고 좌판을 두들겨 입력시켜야 컴퓨터를 돌릴 수 있었다. 전문가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춰야만 활용할 수 있던 컴퓨터를 마우스는 손가락 클릭만으로 가동 시킬 수 있는 대중의 상품으로 바꿔 놓았다.


컴퓨터 대중화의 일등 공신인 마우스는 언제 등장했을까. 주장이 분분하다. 1963년 개념이 소개됐다는 설에서 1952년 자동항법장치를 연구하던 캐나다 해군이 처음 개발했다는 기록도 있다. 확실한 것은 최초의 특허 등록일. 스탠퍼드연구소(SRI)에 근무하던 더글러스 엥글바트(Douglas Engelbart:1925~2013)가 1967년 6월 미 특허청에 출원한 특허가 1970년 11월17일자로 인정(특허번호 US 3541541)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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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원 당시 이름은 ‘X―Y축 위치 지시기’. 가로와 세로로 움직이는 소형 바퀴 2개와 버튼 3개를 나무상자로 감싼 새로운 기계는 오늘날의 마우스 기능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그 편리성을 알아보지 못했다. 1980년에는 바퀴가 볼 형태로 진화하고 이름도 ‘마우스’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대중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쌌던 탓이다. 마우스만 300~400달러, 별도 연결장치 가격 역시 300달러를 호가했으니까.

마우스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시기는 1984년. 애플사의 스티븐 잡스가 35달러짜리 마우스를 출시하면서부터 개인용 컴퓨터까지 급속도로 퍼졌다. 포유류 중에서 가장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던 쥐처럼 마우스 사용자 역시 컴퓨터 보급 속도 이상으로 늘어났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마우스 없던 컴퓨터 시대를 믿지 못할 정도로 마우스의 편리함에 폭 빠졌다.

컴퓨터의 보급 속도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우스의 매출은 여전히 증가 일로다. 품목도 다양해졌다. 국내에서만 해마다 약 50여건의 마우스 관련 특허가 쏟아진다. 단순한 단축 기능을 넘어 질병 예방과 생체 신호 감지, 스마트 폰과의 교신 및 정보 공유에 이르기까지 마우스의 진화도 계속되고 있다. 안구의 움직임을 쫓아가는 의학 마우스까지 나왔다.

최초의 실용적 마우스를 개발한 엥글바트는 다른 부문의 연구로도 유명하다. 윈도우와 그룹웨어·워드프로세서·화상 회의 시스템 등 각종 부문에서 ‘최초 개발자’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엥겔바트의 아이디어를 다 써먹은 뒤에 실리콘 벨리는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다양한 업적을 남긴 그의 대표작이 바로 마우스다. 해군의 레이더병으로 복무하며 얻었던 영감을 과학적 창의력으로 연결해 마우스를 발명한 엥글바트 덕분에 인류는 컴퓨터의 편리함을 만끽하고 있다.

기대와 함께 두려움이 고개를 든다. 컴퓨터와 마우스의 진화는 어디까지 진행될지 사뭇 기대된다. 걱정도 없지 않다. 편리함만 추구하다 인간의 잠재 능력이 사장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봐왔기에.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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