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미전실 폐지 리셋 시작된 삼성<상>] '삼성의 상징' 역사 속으로...컨트롤타워, 새 지주사로 이관할 듯

'자율·실용' 이재용 경영방식과도 안맞아 꾸준히 축소 거론

"계열사간 미래사업 조율 중요" 섣불리 해체땐 우려 목소리도

전략기능 등 '삼성전자 지주사' 이관...내년초 인사 폭 커질듯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이 미전실 폐지를 공언함에 따라 그룹의 의사 결정 시스템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경제DB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이 미전실 폐지를 공언함에 따라 그룹의 의사 결정 시스템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노릇을 해온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미전실의 역할에 대해 여론이 극도로 악화한 점이 이유다. 하지만 미전실 해체론은 이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을 이끌면서부터 삼성 안팎에서 끊임없이 불거져왔다. 재계는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중시하는 이 부회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전실 해체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폐지를 공언함에 따라 내년으로 넘어간 삼성그룹의 인사 폭도 매우 커지게 됐으며 그룹 안팎에 쇄신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의 의사 결정 시스템 역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삼성전자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 유산·삼성의 상징, 역사 속으로=삼성 미전실의 전신은 지난 1959년 고(故)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지시로 세워진 삼성물산 비서실이다. 삼성물산 비서실은 삼성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미래 먹거리를 연구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을 담당해왔다. 창업 초기 국내 주요 기업들이 회장 직속의 비서실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전략을 짜온 것과 마찬가지다.

이후 삼성물산 비서실은 1970년대 들어 인사·재무·감사·기획·홍보 등을 담당하는 300여명 규모의 조직으로 커졌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오자 비서실은 구조조정본부로 바뀌어 계열사 재편 작업을 맡게 된다.


하지만 ‘황제경영’을 보좌하는 기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2006년 전략기획실로 명칭을 변경했고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검이 실시되자 해체됐다. 같은 해 이건희 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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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던 전략기획실은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2010년 미래전략실로 다시 탄생하며 지금과 비슷한 면모를 갖추게 된다. 현재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지휘하에 장충기 차장(사장)과 사장급 팀장 7명을 거느린 100여명 규모의 조직이다.

여전히 강력한 권한으로 계열사를 조율하는 미전실은 실용주의와 책임경영을 중시하는 이 부회장의 경영방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끊임없이 해체론이 불거졌다. 특히 삼성그룹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검토하는 흐름에 비춰보면 미전실은 더욱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때문에 그룹 인사를 앞두고 꾸준히 미전실 축소 방안이 거론돼왔다.

◇의사 결정 시스템 어떻게 바뀌나=관심은 이제 삼성의 의사 결정 시스템이 어떻게 바뀌느냐다. 삼성은 이미 최근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방침을 밝혔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지주회사 방안을 만들 계획인데 이때 미전실 해체도 자연스럽게 확정될 수 있다. 이 경우 그룹 차원의 중요한 의사 결정은 지주회사에서 맡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해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를 만들면 그것이 곧 미전실 기능을 공식화한 것”이라며 “미전실을 지주회사 쪽으로 옮기는 조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미전실의 대안을 남겨두지 않은 섣부른 해체는 위험하다는 지적도 많다. 스마트카와 바이오, 가상현실(VR) 등 특정 계열사가 혼자 설계하기 힘든 신사업을 지휘할 컨트롤타워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삼성이 지주사 내부에 주력 사업의 경영 상태를 점검하고 신사업을 설계할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의 경우 지주사인 ㈜LG 내부의 시너지팀과 경영관리팀이 각각 계열사 간 사업 조율과 전자·화학 같은 주력 사업의 관리를 담당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미전실에 당장 큰 변화를 주는 것은 어렵다”며 “정국이 안정되고 최순실 국정농단의 후유증이 가신 후에야 미전실에 대한 변화도 점진적으로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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