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동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저유가 장기화로 약세를 보였던 영국 파운드화와 노르웨이 크로네화가 영국 경제 안정,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등 의외의 호조로 날갯짓을 시작하는 모습이다. 이 통화들은 지금까지도 주변국 통화 대비 가치가 낮은 데다가 강세 조건이 마련돼 있어 투자 적기가 조성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시장 격변 속에서 내년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대표적 통화로 영국 파운드화, 노르웨이 크로네화를 꼽았다.
◇영국 파운드, 브렉시트 충격은 크지 않았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꾸준히 떨어졌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 하루만인 지난 6월 24일 스위스 프랑 대비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1.33스위스프랑으로 전날 종가보다 가치가 6.62%나 폭락했으며 이후에도 약세가 이어져 11월 1일에는 1.19파운드까지 내려앉았다.
최근 영국이 브렉시트의 충격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파운드화 가치는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파운드화 가치가 오르기 시작해 지난 2일 기준 스위스프랑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1.28스위스프랑을 기록했다. 통신은 파운드화 강세가 이어져 내년 최고 1.36스위스프랑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4분기 영국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대비 0.5%로 집계돼 시장예상치 0.3%를 웃돌았다. 브렉시트 타격으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던 시장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은 셈이다.
BBC 등 영국 언론들은 영국중앙은행(BOE)과 정부의 발 빠른 대처가 효과를 봤다고 평가하고 있다. BOE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25%로 내리고 대규모 자산 매입 계획을 발표해 브렉시트 타격을 최소화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EU 단일 시장 접근권을 잃으면 기업들이 영국을 등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호주 등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법인세 인하 카드까지 띄우고 나섰다.
미국발 변수에 BOE가 긴축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파운드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더욱 힘을 얻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규모 감세·재정지출 공약을 내놓으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자 현재 영국 내에서는 물가 관리를 위해 BOE가 양적 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노르웨이 크로네, OPEC 감산 합의에 두둥실= OPEC의 감산합의 이후 OPEC 비회원국까지 15년 만에 감산에 동참하자 산유국 통화 가치도 반등의 기회를 잡은 모습이다. 통신은 대표적인 예로 노르웨이 크로네를 꼽았다.
유로화 대비 크로네화 가치는 국제유가 하락이 시작된 2014년 10월부터 약세를 거듭해 지난 1월 9.71크로네의 저점을 형성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오르기 시작한 3월부터 반등 국면에 돌입해 현재는 유로 당 8.9크로네에 거래되고 있다.
노르웨이 크로네화가 국제유가와 동행하는 이유는 원유에 치중된 이 나라의 경제 구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르웨이는 원유 생산량 기준 10위, 천연가스 기준 3위인 거대 산유국이다. 노르웨이의 석유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과 수출 수입에서 각각 20%, 40%를 차지한다.
지난달 OPEC이 회원국별 감산량 분배에 성공하고 비OPEC 회원국과도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 산유국인 노르웨이의 크로네화 가치도 함께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신은 크로네화 가치가 일차적으로 유로당 8.86크로네까지 오르면 이같은 추세가 계속돼 유로당 8.65~8.64크로네까지 뛸 것으로 내다봤다. 통신이 예측한 최고치는 지난 15일 가치보다 7.7% 높은 8.31크로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