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옥(사진) 비트컴퓨터 대표는 다음달 브라질 아마존 강 일대를 방문한다. 아마존 원주민들에게 원격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세브란스병원 측과 공동으로 사전정지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원격의료란 환자가 병원에 직접 오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등의 정보통신(IT) 기기를 활용해 의사가 원격으로 진료해주는 방식이다. 환자 수는 적고 의사들이 상주하기 힘든 아마존강 유역에 가장 적합한 의료 서비스 형태인 셈이다.
전 대표는 **일 서울 서초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올해는 브라질을 비롯한 해외 원격의료서비스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원격의료서비스가 비트컴퓨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남짓에 불과하다. 국내에서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협회 등 관련 단체는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 외에 오진 가능성과 환자 정보 해킹 우려 등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 대표는 “해외 바이어들이 ‘왜 자국에서 상용화 하지 못한 서비스를 우리 측에 팔려고 하느냐’고 얘기할 때마다 답답하다”며 “캄보디아, 아랍에미리트 등에 원격의료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지만 성장에 제한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벤처의 40% 가량이 바이오헬스 분야와 관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료법에 따른 제한으로 관련 생태계가 덜 활성화 돼 있다”며 “헬스케어 분야에서 일부 제한 항목 외에 나머지 항목은 업체가 자유롭게 서비스를 하고 또 책임은 무겁게 지게 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 대표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해외 원격의료서비스 수주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익 창출 외에 관련 규제가 철폐될 경우 빠르게 국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비트컴퓨터는 ‘유비쿼터스(U)’라는 말이 낯설던 지난 2000년 U헬스케어 사업부를 신설하며 원격의료서비스를 포함한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에 도전해 왔다. 또 서울성모병원이나 순천향대병원 등과 협업하는 등 관련 업체 중 노하우가 가장 풍부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전 대표는 “비트컴퓨터는 병원급 전자의무기록(EMR)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업체인 만큼 국내에 원격의료시대가 도래하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규제 완화시 해외에서의 성공 모델을 역수입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국내 벤처 육성을 통한 생태계 조성에도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조현정 공동대표가 지난 1985년 창업한 비트컴퓨터는 33년간 국내 벤처산업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만큼 ‘멘토’로서의 역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법인인 ‘비타임(B-TIME)’을 설립하는 등 벤처 1세대로서 제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 대표는 “헬스케어 관련 벤처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에게 경영 노하우를 가르쳐 주고 일부 업체에는 지분도 투자할 계획”이라며 “한국 경제가 발전할수록 헬스케어 산업 또한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